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7. 24. 오후 12:52:31

중앙정부-지방정부,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 공간 조성에 협력

생활거점 조성, 서비스 확충, 유해시설 정비로 체감형 변화 추진 주민 의견 반영한 농촌 공간계획 본격 이행, 향후 5년간 시군별 최대 400억 원 국비 지원

최대식 기자
중앙정부-지방정부,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 공간 조성에 협력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머물고 싶은 농촌 조성을 위한 2026 농식품부-지방정부 농촌협약식에 참여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앞줄 가운데)과 16개 시군 시장·군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7월 23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전국 16개 시군과 농촌협약을 체결하고,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 공간 조성을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시군은 경기 이천시, 강원 횡성군, 충북 청주시·제천시·영동군·괴산군·음성군, 충남 당진시·부여군, 전북 순창군, 전남 나주시, 경북 상주시·문경시, 경남 양산시·의령군·합천군이다.

농촌협약은 시·군이 지역 특성과 주민 의견을 반영해 수립한 농촌 공간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연계해 통합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전국 96개 시·군이 참여해 왔고, 올해에는 16개 시·군이 새롭게 협약을 체결한다. 특히, 문경시와 양산시는 올해 처음 협약을 맺었고, 나머지 14개 시·군은 기존 협약 추진 성과를 바탕으로 두 번째 협약을 이어가게 된다. 

농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생산의 공간만 먼저 떠올려 왔다. 식량을 생산하는 곳, 도시를 떠받치는 배후지, 혹은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위기를 상징하는 곳으로 농촌을 읽어 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농촌은 더 이상 그런 단일한 이미지로 설명될 수 없다. 

농촌은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살아가는 삶터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일터이며, 또 많은 국민에게는 쉬고 머무르며 회복하는 쉼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농촌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이 다층적인 기능을 다시 회복하고 연결하는 데 있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6개 시·군과 농촌협약을 체결한 것은 바로 이런 관점 위에서 읽을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농촌을 ‘살 만한 공간’으로 다시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농촌정책의 무게중심이 ‘개별 사업 지원’에서 ‘공간 전체의 재구조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과거의 농촌정책이 도로 하나, 시설 하나, 프로그램 하나를 따로따로 지원하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농촌협약은 지역이 스스로 10년 단위의 농촌 공간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삶터·일터·쉼터 기능을 회복하거나 증진하도록 돕는 구조다. 즉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어떤 농촌을 만들 것인가를 먼저 묻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협약을 체결한 16개 시·군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수립한 농촌 공간계획에 따라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주요 사업은 농촌 공간 정비사업과 일반 농산어촌개발사업을 통한 생활거점 조성, 생활서비스 확충 등이다. 

이는 단순한 시설 투자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농촌의 생활 질과 정주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가까운 곳에서 행정·문화·건강·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마을 간 서비스 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 유해시설을 정비해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지가 결국 사람들의 삶을 붙잡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6 농식품부-지방정부 농촌협약식’에 관하여 인사말을 하고 있다

 

횡성군의 사례는 이런 방향을 잘 보여 준다. 횡성군은 행정·문화·건강·돌봄 기능을 갖춘 복합거점시설을 조성하고, 주민 맞춤형 생활서비스를 확충해 정주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동시에 안흥빵 같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농촌 융복합산업 기반도 함께 조성한다. 

이 구성은 매우 시사적이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주거와 복지, 생활서비스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지역 고유 자원을 경제활동과 연결하는 산업적 기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좋은 삶터는 좋은 일터와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접근이다.

순창군의 계획도 눈길을 끈다. 순창군은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복흥·쌍치·구림면을 연계한 생활권 활성화를 추진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거점시설을 조성하고, 배후 마을의 생활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거점시설은 공유 주방, 빨래방 같은 생활서비스와 커뮤니티 공간 등 주민 교류 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 공간을 말한다. 이는 농촌의 서비스 인프라가 단지 편의 제공을 넘어 공동체 회복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생활서비스와 주민 교류를 한 공간 안에 담는 방식은 농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사회적 연결망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농촌 내 유해시설 정비 등 생활환경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이 역시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농촌 재생은 새로운 시설을 짓는 일만이 아니라, 기존의 불편과 위험,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를 줄이는 일까지 포함해야 한다. 

결국 누구나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머물고 싶은 농촌을 만든다는 말은 아름다운 구호가 아니라, 생활환경과 서비스 체계, 공동체 공간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다시 설계하는 일이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5년간 시·군별 최대 400억 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하고, 시·군과 지속하여 소통해 계획한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 지원 규모는 단순한 예산 투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앙정부가 지역이 세운 농촌 공간계획을 일회성 계획서로 끝내지 않고, 실제 이행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보다도 그 예산이 얼마나 지역의 실제 필요와 주민 체감으로 이어지느냐다. 농촌협약이 성공하려면 결국 문서에 담긴 공간계획이 주민의 하루를 바꾸는 생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촌협약은 지역이 수립한 농촌 공간계획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이행하는 협력체계이다”라며, “주민들의 삶터이자 일터, 전 국민의 쉼터가 되는 농촌을 조성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농촌정책은 이제 중앙정부가 설계한 사업을 지방에 배분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이 자기 공간의 미래를 직접 그리고, 중앙정부는 그것이 실행될 수 있도록 재정과 제도, 협력 구조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농촌협약은 단순한 보조금 사업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 함께 농촌의 미래를 공동 설계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16개 시·군과의 농촌협약은 농촌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고 다시 선택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 준다. 삶터·일터·쉼터라는 세 단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있어야 하고, 일할 수 있어야 하며, 머물고 싶어야 한다는 가장 본질적인 조건을 뜻한다. 

농촌의 미래는 그 세 조건을 얼마나 균형 있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협약은 그 방향으로 가는 또 하나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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