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글로벌센터가 주관한 ‘2026 K-POP VIBE SEOUL DANCE COMPETITION’이 지난 7월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랩 1층 쇼룸에서 열렸다. 행사는 인터내셔널슈퍼퀸모델협회가 운영을 맡았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6 K-POP VIBE SEOUL DANCE COMPETITION’은 이러한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19개국 출신의 외국인과 유학생,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은 K-POP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문화적 배경과 춤의 언어를 더해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 냈다. 이날 K-POP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함께 다시 만드는 열린 언어로 기능했다.
K-POP은 이제 한국의 대중음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자신의 언어와 몸짓, 문화적 기억을 담아 새롭게 해석하는 공동의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음악은 한국에서 시작됐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은 더 이상 하나의 국적이나 정형화된 스타일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유학생,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K-POP을 매개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글로벌 문화축제다. 참가자 중심의 경연을 넘어 시민이 함께 공연과 체험에 참여하는 서울의 국제 문화행사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는 베트남, 중국, 미국, 프랑스, 인도, 러시아, 태국, 캐나다, 베냉, 튀니지, 아제르바이잔 등 19개국 출신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 성장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은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며 국경을 넘어선 문화적 연대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자들이 단순한 커버댄스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창작 퍼포먼스와 힙합, 락킹, 왁킹,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를 K-POP과 결합하며 자신만의 무대를 선보였다.
일부 참가자는 자국의 문화적 요소와 한국적인 감각을 안무와 의상에 함께 담았고, 서로 다른 국적의 참가자들이 한 팀을 이뤄 공동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 각자의 문화적 정체성을 감추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맞추는 대신, 차이를 무대의 개성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K-POP 세계화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초기의 세계화가 한국의 음악과 안무를 해외에서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세계의 청년들이 K-POP을 자신들의 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K-POP의 확장은 동일한 형식의 반복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참여할 수 있는 창작 구조를 가질 때 더욱 지속될 수 있다.
이날 무대는 그런 가능성을 실제 공연으로 보여줬다. 각 나라의 문화적 감성과 K-POP 특유의 퍼포먼스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공연 콘텐츠로 재탄생했고, 관객과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회 참가자 모집은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됐다. 개인전에는 42명, 단체전에는 32개 팀이 지원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제출한 3분 이내의 공연 영상을 바탕으로 예선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개인전 14명과 단체전 17개 팀, 총 80명의 단체 참가자가 본선에 진출했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합하면 94명이 본선 무대에 오른 셈이다.
지원 규모는 국내 거주 외국인과 유학생, 다문화가족 청소년 사이에서 K-POP과 댄스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점은 참가자들이 단순한 관객으로 K-POP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안무를 구성하고 무대에 오르는 창작 주체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심사에는 대한민국 대표 안무가이자 퍼포먼스 디렉터인 노현태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정진석, 윤초원, 박재형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기술성, 창의성, 표현력, 무대매너, 팀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기술적 완성도만이 아니라 창의성과 팀워크를 함께 평가했다는 점은 이번 대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세계 각국의 참가자가 참여한 행사인 만큼, 똑같은 동작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했는가보다 각자의 배경과 개성을 어떻게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됐다.
개인전 대상은 태국 출신 글로벌 유학생 사따웨 쁘라이야 제윈, 활동명 펭엑이 차지했다. 펭엑은 커버댄스와 왁킹 퍼포먼스를 통해 뛰어난 표현력과 무대 장악력을 선보이며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왁킹은 팔의 빠른 움직임과 선명한 포즈, 감정 표현이 강조되는 춤이다. 펭엑은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K-POP 퍼포먼스와 결합하며 자신의 개성과 표현력을 무대에 담았다. 단순한 동작의 정확성을 넘어 음악을 해석하고 관객과 교감하는 능력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단체전 대상은 베냉, 미국, 캐나다, 한국 출신 참가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연합팀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가 수상했다. 이 팀은 베냉 출신 Soundea Daniel Ahifom, 미국 출신 Deborah Bello, 캐나다 출신 Carlin Le, 미국·한국 이중국적의 Siobhan Lim과 한국인 참가자 이은정, 김은지, 최설, 박근주, 이예지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적인 의상 요소를 가미한 스타일링과 K-POP·Afropop을 결합한 창작 안무를 선보였다.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팀원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호흡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의 수상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K-POP과 아프리카 대중음악을 결합하고,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가 함께 안무를 완성한 무대는 문화적 차이가 공연의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행사는 단순한 댄스 경연에 머물지 않았다. 전투태권도 T-솔저스 시범단의 역동적인 개막공연과 서울 대표 비보이팀 엠비크루의 축하공연이 행사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본선이 끝난 뒤에는 참가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랜덤플레이댄스가 진행됐다.
익숙한 K-POP 음악이 흐르자 객석에 있던 시민과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췄다. 공연을 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의 경계가 사라지고, 행사의 모든 참여자가 하나의 리듬을 공유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이 장면은 K-POP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언어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음악과 안무를 알고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서로 이름도, 국적도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노래의 동작을 따라 하며 즉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K-POP은 강한 참여형 문화의 성격을 가진다.
세계화된 문화가 일방적으로 소비될 경우 관객은 수동적인 수용자에 머문다. 그러나 랜덤플레이댄스처럼 모두가 무대의 일부가 되는 순간 문화는 공동 경험으로 바뀐다. 이번 행사는 바로 그런 참여의 구조를 통해 국제 문화축제로서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행사장에는 한복 입어보기 체험과 K-Culture 스냅부스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무대 공연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서로의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교류는 특정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문화를 보여 주는 일과 상대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상호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K-POP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한복과 한국문화 콘텐츠를 체험하며 양방향 교류에 참여했다.
특히, 다문화사회로 변화하는 서울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은 단순한 관광 체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유학생,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도시의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자신의 문화를 표현할 수 있을 때, 이들은 도시의 손님이 아니라, 문화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권보근 서울글로벌센터장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K-POP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표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라며, “춤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이해하는 장면들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였다”라고 밝혔다.
세계인이 서울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울에 사는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 다양성은 관리해야 할 사회현상이 아니라, 도시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자원이 될 수 있다.
김길영 서울특별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K-POP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를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글로벌 문화의 언어가 됐다”라며,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교류가 더욱 확산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K-POP의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확인한 행사였지만, 그 의미는 해외에서의 인기나 참가국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K-POP을 자신의 문화적 감각으로 다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가 세계화될 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원형을 반복해서 복제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각 지역과 문화가 새로운 해석을 더하면서 계속 변화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문화는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창작 생태계로 발전한다.
이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K-POP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번역했다. 몸짓과 의상, 장르와 정체성을 통해 자신들의 언어로 다시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 K-POP은 Afropop과 만나고, 왁킹과 비보잉을 품으며, 태국과 베냉, 미국과 캐나다, 한국의 청년들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콘텐츠로 변화했다.
그렇다고 K-POP의 한국적 기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문화가 참여할수록 K-POP이 지닌 개방성과 창조성이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화의 성과를 단순한 시장 확대나 조회 수로만 평가하지 않는 일이다. 다른 문화가 K-POP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2026 K-POP VIBE SEOUL DANCE COMPETITION’은 한 차례의 댄스 경연을 넘어, 오늘날 K-POP이 어떤 문화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축제였다. 19개국 참가자들은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같은 음악에 맞춰 호흡했고, 각자의 차이를 감추지 않은 채 하나의 공연을 완성했다.
K-POP은 이날 서울에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보여주는 창을 넘어, 세계의 문화가 한국과 만나 새롭게 태어나는 무대가 됐다. 문화의 힘은 모두를 같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색을 잃지 않고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이번 대회는 바로 그 가능성을 역동적인 춤과 리듬으로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