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7일 시상식까지 주요 일정을 마무리하고 올해의 수상작 6편을 공개했다.
이번 영화제는 6월 5일(금) 오후 7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민 1,433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올렸다. 현장에는 최열 조직위원장과 정재승(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이미경(환경재단 대표) 공동집행위원장, 공식 홍보대사 ‘에코프렌즈’ 가수 바다·윤도현 등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영화제의 시작을 함께했다.
올해 개막작으로는 다니엘 로허, 찰리 타이렐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AI: 나는 어떻게 종말낙관주의자가 되었나’가 상영됐다. 2026년 선댄스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샘 올트먼, 데미스 하사비스, 제프리 힌턴 등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리더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며 AI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AI가 만들어낼 사회 구조의 변화와 환경적 책임을 정면으로 파고들며, AI 시대를 마주한 인류의 선택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AI가 우리 일상을 바꾸는 속도만큼 그 환경적 책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며,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통해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7일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한국경쟁부문과 국제경쟁부문 수상작 6편이 발표됐으며, 총 2,6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한국경쟁부문 대상은 왕민철 감독의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이 차지했다. 이 작품은 1평 남짓한 철창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육 곰과 그 곁을 지키는 네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인간이 아닌 존재의 고통을 응시하면서, 자신과 무관해 보이는 생명을 위해 기꺼이 책임을 감당하는 삶의 의미를 묻는다.
왕민철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는 자기 일이 아닌 것 같은 일을 기꺼이 짊어지고 있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아직 200마리가 넘는 곰들이 농장에 남아 갈 곳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환경영화가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장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고통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공적 언어임을 보여준다.
한국경쟁부문 우수상은 오정훈 감독의 ‘정뱅이’와 이은희 감독의 ‘섬섬옥수’가 공동 수상했다. ‘정뱅이’는 폭우로 수몰된 마을 공동체의 회복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며, ‘섬섬옥수’는 산업재해 문제를 다룬 실험 영화다. 두 작품은 환경문제가 자연재해와 노동, 공동체 붕괴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관객심사단상은 ‘탄소를 세는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도구로 여겨지는 탄소 측정이 단순한 과학적 계산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과 정치적 판단의 문제임을 파고든다. 탄소를 숫자로 환산하는 일은 중립적인 기술처럼 보이지만, 결국 누가 책임을 지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국제경쟁부문 대상은 엘리너 모티머 감독의 ‘사랑은 얼마나 깊은가’가 수상했다. 이 작품은 지구의 마지막 미지 영역으로 불리는 심해를 배경으로, 경이로운 생명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여정과 해저 자원 채굴이 불러올 생태계 파괴 위험을 함께 조명한다.
심해는 인류에게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원 개발의 새로운 대상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기도 전에 파괴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해 묻는다. 환경보호는 이미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일만이 아니라, 아직 손대지 않은 세계를 그대로 둘 줄 아는 절제의 윤리이기도 하다.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은 제러미 사이퍼트와 벤저민 제임스 로버츠 감독의 ‘신비로운 조류학’에 돌아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농장에서 조류학자로 살아가는 J. 드루 래넘이 철새들과 나누는 교감을 시적 영상미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서로의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고 연결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6월 3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와 B tv를 통해 주요 상영작을 무료 제공하며,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6월 14일 용마폭포공원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야외상영회 ‘지구 WE 펫밀리 축제’가 열리고, 공동체 상영 지원 프로그램 ‘서울국제환경영화제 IN’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세계청소년기후포럼은 6월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개최되며, 국내외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정책과 실천 방안을 직접 제안한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환경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도 전국 학교에서 운영된다.
최열 조직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영화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가장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매개”라며,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환경 담론 확산과 실천적 변화를 이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말했다.
환경영화는 더 이상 특정 관심층만을 위한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수상작들은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외면하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크린 위에 또렷하게 남겼다.
◇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수상작 리스트(섹션/상명/제목)
한국경쟁/대상/‘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왕민철)
한국경쟁/우수상(공동수상)/‘정뱅이’(오정훈), ‘섬섬옥수’(이은희)
한국경쟁/관객심사단상/‘탄소를 세는 사람들’(김성은, 전치형, 백윤석, 김정각)
국제경쟁/대상/‘사랑은 얼마나 깊은가’(엘리너 모티머)
국제경쟁/심사위원특별상/‘신비로운 조류학’(제러미 사이퍼트, 벤저민 제임스 로버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