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7. 30. 오후 5:19:55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통일문화축제’, 통일 공감대 확산의 장 마련

어린이·청소년·탈북민·실향민·일반 시민 500여 명 참여 합창·시낭송·시민 퍼포먼스로 세대를 잇는 참여형 통일문화축제 가능성 확인

이도선 기자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통일문화축제’, 통일 공감대 확산의 장 마련
통일문화축제 전경

‘서울시 민간 축제 지원 및 육성사업’으로 추진된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통일문화축제’가 지난 7월 2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통일은 오랫동안 국가정책과 안보 담론의 언어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통일이 시민의 삶과 멀어진 추상적인 과제가 되면 사회적 공감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분단의 현실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고, 서로 다른 세대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적 통로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에서 열린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통일문화축제’는 통일을 설명하는 방식보다 느끼고 참여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실향민 가족의 기억과 탈북민의 삶, 어린이의 합창과 시민의 목소리가 한 무대에서 만났다. 통일을 거대한 정치적 목표로만 제시하기보다, 분단으로 흩어진 가족의 이야기와 자유에 대한 경험, 평화를 바라는 일상의 마음으로 풀어냈다.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총재 안준희)가 주최·주관한 이번 축제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일반 시민, 탈북민, 실향민, 통일·안보·여성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문화예술 공연과 토크,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공감하고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는 서울시 민간 축제 지원 및 육성사업의 취지에 맞춰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6·25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도 음악과 이야기, 퍼포먼스를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축제는 김우중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안준희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 총재의 내빈 소개와 인사말에 이어 어린이합창단 리틀엔젤스콰이어가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들의 합창은 축제의 시작을 평화와 희망의 분위기로 이끌었다. 통일을 전쟁과 갈등의 기억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통일문화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분단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 통일은 자칫 교과서 속 과거사나 정치적 구호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노래와 이야기,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을 통해 접하면 통일은 인간의 삶과 감정에 연결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축제가 전 세대의 참여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일 공감대는 특정 세대나 단체만의 목소리로 형성되기 어렵다.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와 미래를 살아갈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때 사회적 기억은 이어질 수 있다.

실향민 2세인 박명희, 박남희, 박정희, 박승희 네 자매가 무대에 올라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분단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향을 떠난 사람의 기억과 다시 만나지 못한 가족, 자녀에게 전해진 그리움과 상실까지 포함한다. 실향민 2세의 이야기는 분단의 상처가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의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는 숫자와 연도로 설명될 수 있지만,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구체적인 한 사람의 삶인 경우가 많다. 고향을 그리워한 아버지와 그 기억을 이어받은 딸들의 이야기는 통일의 필요성을 정치적 주장보다 인간적인 언어로 전달했다.

실향민 1세대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들의 기억을 다음 세대가 어떻게 기록하고 전달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문화축제는 개인의 기억을 공공의 기억으로 전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탈북민 토크에서는 세 딸과 함께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정착한 마순희 씨와 북한군 출신으로 현재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연유빈 씨가 자신의 삶을 전했다. 이들은 북한에서의 경험과 탈북, 한국 사회 정착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자유의 의미와 통일에 관한 생각을 관객과 나눴다.

탈북민의 증언은 분단의 현실을 현재의 문제로 드러낸다. 실향민의 이야기가 전쟁과 이산의 기억을 전한다면, 탈북민의 삶은 한반도의 분단이 지금도 개인의 선택과 이동, 가족관계와 진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만, 탈북민의 경험을 극적인 이야기나 통일 교육의 상징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삶과 가치관을 가진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통일문화행사 역시 탈북민을 일방적으로 보여 주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직접 말하고 사회와 대화하는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

이번 토크가 갖는 의미는 참가자들이 탈북민의 삶을 통해 자유의 가치를 생각하는 동시에, 통일 이후의 사회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했다는 데 있다.

 

실향민 2세 네 자매의 통일 이야기

 

축제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는 안준희 총재가 창작한 시 ‘하나 되는 날을 향한 전진’과 ‘무궁화처럼’을 중심으로 한 시낭송과 노래, 퍼포먼스였다. 시낭송가 정영희와 시인 김남혜가 작품을 낭송했고, 이어 노래와 무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특히, ‘무궁화처럼’ 공연에서는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 임원들이 무궁화 스카프와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올라 통일을 향한 염원을 표현했다. 통일 담론은 정책적 언어로만 전달될 때 거리감을 만들 수 있다. 반면, 시와 음악은 이성적 설명만으로 닿기 어려운 감정과 기억을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이 통일 공감대 형성에 중요한 이유다.

무궁화와 태극기는 국가와 공동체를 상징하는 소재다. 이러한 상징이 공연과 결합하면 관객은 통일의 의미를 논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이미지로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상징의 힘은 반복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민의 실제 이야기와 참여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 

이번 무대가 실향민과 탈북민의 이야기, 어린이의 합창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상징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삶의 서사 속에 놓일 수 있었다.

탈북인예술단은 가수 한옥정의 노래와 문성광의 색소폰, 박성진의 소해금, 김혜경의 아코디언 연주를 선보였다. 서양 악기와 북한 전통악기, 노래가 어우러진 무대는 문화예술이 남북의 차이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정치적 관계가 경색돼도 음악과 예술은 사람의 감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한다.

특히, 소해금과 아코디언 같은 악기는 북한의 문화적 경험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관객은 공연을 통해 북한을 뉴스와 안보 문제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음악과 생활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통일은 제도와 영토의 결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언어와 생활방식, 문화적 감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탈북 예술인들의 무대는 그 문화적 통합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은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의 정신과 가치를 역동적인 공연으로 선보였다. 특별 초청 가수인 슈퍼주니어 성민도 무대에 올라 공연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통일문화행사가 특정 계층이나 관계자 중심의 행사에 머물지 않으려면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태권도와 대중음악은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시민이 더 편안하게 접근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문화축제에서 즐거움은 메시지를 약화하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시민이 자발적으로 머물고 참여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공연을 즐기는 과정에서 분단과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다면, 통일 교육은 강의 중심의 전달보다 넓은 대중과 만날 수 있다.

다만, 유명인의 출연이나 화려한 공연이 행사의 본래 메시지를 가리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적 콘텐츠는 관심을 끄는 입구가 되고, 실향민·탈북민의 이야기와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그 관심을 의미 있는 성찰로 연결해야 한다.

이북부녀연합합창단의 합창에 이어 참석자 전원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다. 이 노래는 오랜 시간 통일의 염원을 상징해 왔다. 실향민 세대에게는 돌아가지 못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가 품어 온 바람을 전한다.

모든 참석자가 한목소리로 노래한 장면은 세대와 배경을 넘어 공동의 감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시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로운 미래를 바라는 마음은 함께 나눌 수 있다.

시민축제의 강점은 이처럼 관객을 수동적인 청중으로 남겨 두지 않는 데 있다. 무대를 바라보던 시민이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며 축제의 일부가 되는 순간, 통일은 누군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경험으로 바뀐다.

축제의 마지막에는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 임원인 홍성민, 김대옥, 강성순 씨가 태극기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이들이 ‘자유’, ‘평화’, ‘통일’을 선창하자 객석의 시민들은 ‘통일! 통일! 통일!’을 외쳤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함께! 함께! 함께!’를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마지막의 ‘함께’일 수 있다. 통일은 특정 집단이나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 전체가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할 사회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화, 통일은 각각 분리된 가치가 아니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통일이나 평화가 지속되지 않는 통일은 시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통일의 미래를 말할 때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가치의 논의가 함께 필요한 이유다.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보탠 이번 퍼포먼스는 통일을 결과로만 보지 않고, 함께 참여하고 준비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했다.

공연장 입구에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통일 공감 공유 보드’가 설치됐다. 보드에는 “당신의 마음이 통일의 씨앗이 됩니다. 통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관객들은 통일에 관한 생각과 희망을 직접 작성하며 행사에 참여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민을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통일 담론의 발화자로 만든다.

통일에 대한 시민의 생각은 하나로 같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산가족의 만남을, 어떤 사람은 전쟁 없는 평화를, 다른 사람은 자유로운 이동과 교류를 떠올릴 수 있다. 공유 보드는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한 공간에 모으는 장치였다.

공감대는 모든 사람이 같은 문장을 말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그 차이 속에서도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발견할 때 형성된다. 앞으로 이러한 시민의 메시지를 기록하고 다음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한다면 단순한 현장 이벤트를 넘어 시민 의견에 관한 자산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홍양호·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정채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초구협의회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장운영 통일신문사 사장, 이규홍 한반도평화연대회의 공동의장,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등 통일·안보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황수연 강남구노인회 회장, 구본욱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서울시지부장, 안병덕 국기원 대외협력관, 양평수 국제문화공연교류회 회장, 손정희 하나로기획 대표, 서옥영 한국여성불교중앙회 회장, 이성림 여성문제연구소장, 최돈숙 한국여성문화생활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에서는 김경오 명예이사장, 최석인 명예총재, 김형재 자문위원장, 강석주 정책연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다양한 기관과 단체의 참여는 통일문화운동이 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통일은 외교와 안보뿐 아니라, 여성과 가족, 교육과 문화, 복지와 세대 문제를 함께 포함한다. 다만, 주요 인사의 참석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행사 이후 어떤 협력과 실천을 이어 가느냐이다. 축제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관 간 연계와 후속 프로그램, 시민참여의 지속성이 필요하다.

안준희 총재는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 창립 37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축제가 서울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관계자들의 협력으로 안전하게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공감하고 미래를 잇는 시민 참여형 통일문화축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통일 공감대는 정답을 전달하거나 참여를 요구하는 방식보다 시민이 스스로 느끼고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들 때 넓어질 수 있다. 특히, 문화예술은 정치적 입장과 세대 차이를 넘어 공통의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단의 아픔과 이산의 기억,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노래와 이야기로 표현하면 통일은 더 인간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통일 관련 행사 가운데 특히 감동적인 무대였다는 반응과 함께,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의견과 앞으로도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같은 반응은 통일문화행사의 세대 확장 가능성을 보여 준다. 통일 담론은 과거의 기억을 가진 고령층이나 관련 단체에만 머물러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단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와 시간,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통일에 대한 세대 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 접한 역사와 부모·조부모 세대의 기억, 탈북민과 실향민의 증언이 한 자리에서 연결되면 통일 문제는 개인의 삶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번 행사는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와 통일신문사, TV서울, 국기원, 리틀엔젤스콰이어,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한민족통일여성협의회는 앞으로도 서울시와 관계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통일 공감대 확산과 시민 참여형 통일문화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축제가 지속적인 시민운동으로 발전하려면 몇 가지 과제도 있다. 우선 일회성 대형 행사뿐 아니라, 지역과 학교, 세대별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실향민과 탈북민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청소년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며, 시민이 일상에서 평화와 통일을 토론할 수 있는 후속 활동이 중요하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는 운영도 필요하다.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시기와 방식, 비용과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 축제는 하나의 입장을 반복하기보다 이러한 질문을 시민이 함께 나누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참가자 수와 공연 횟수만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세대 간 대화, 후속 참여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축제의 성과는 순간의 박수뿐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 시민의 생각과 관계에 무엇이 남았는지에서 확인된다.

이번 축제는 통일을 거대한 국가적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그 출발점을 개인의 이야기와 시민의 참여에서 찾았다. 고향을 그리워한 실향민 아버지의 삶,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의 경험, 어린이의 합창, 탈북 예술인의 연주, 시민들이 함께 부른 노래와 공유 보드에 남긴 희망의 문장이 하나의 축제를 만들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제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차이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준비를 쌓는 긴 과정에 가깝다. 문화예술은 그 과정의 문턱을 낮춘다. 논쟁으로는 멀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듣고, 한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표현하도록 한다.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통일문화축제’의 가장 큰 의미는 통일의 정답을 제시한 데 있지 않다. 시민이 직접 참여해 통일을 자신의 언어와 감정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통일 공감대는 구호를 크게 외친다고 넓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단의 기억을 잊지 않되 미래세대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가 한 무대에서 만날 때 조금씩 형성된다. 이번 축제는 문화와 예술이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시민적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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