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추천뉴스2026. 8. 12. 오후 4:03:58

청소년의 카메라에 담긴 태안, 서울·태안 청소년이 만든 지역 브랜딩

카우걸 추격전, 보드게임 여행 등 태안을 ‘청소년의 언어’로 재해석 영상 기획부터 촬영까지, 청소년 시선으로 담아낸 지역 브랜딩 콘텐츠 제작

이도선 기자
청소년의 카메라에 담긴 태안, 서울·태안 청소년이 만든 지역 브랜딩
서울·태안 청소년들이 태안 지역에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지역을 홍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명소를 아름답게 촬영해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지역을 처음 만나는 사람이 무엇을 흥미롭게 느끼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과 태안의 청소년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태안을 다시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는 충청남도 태안군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운영한 ‘2026 로케이션미디어스토리캠프-프레임에 태안을 담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캠프에는 서울과 태안의 청소년을 비롯해 멘토와 지도자 등 총 4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태안의 자연과 관광자원을 직접 탐방하고, 이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지역 브랜딩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특징은 청소년을 단순한 체험 참가자가 아니라 실제 콘텐츠 제작자로 세웠다는 점이다.

참가 청소년들은 본 캠프에 앞서 3주 동안 광고·홍보 콘텐츠 기획과 영상 제작 기초 교육을 받으며 팀별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 이어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태안군 일대에서 진행된 본 캠프에서는 전문 촬영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팀별 로케이션 촬영과 편집까지 직접 수행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만든 뒤 카메라로 촬영하고 최종 콘텐츠로 완성하는 영상 제작의 전 과정을 경험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은 미디어교육의 의미를 단순한 장비 활용 능력에서 한 단계 더 확장한다.

좋은 영상은 카메라를 잘 다루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고, 장소의 특징을 읽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안면도 쥬라기 박물관과 신두리 해안사구, 만리포 전망타워 등 태안의 대표 명소를 직접 찾아 촬영을 진행했다. 해안사구에서는 인물이 달리는 장면을 연출했고, 전망타워에서는 바다를 효과적으로 화면에 담기 위해 촬영 구도를 함께 논의했다.

청소년들은 태안의 관광지를 단순한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고, 장소마다 지닌 특성과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영상에 담았다. 신두리 해안사구와 만리포 전망타워 같은 공간을 이야기의 무대로 활용하면서 태안의 장소 자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지역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유명 관광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이미지를 오래 남기기 어렵다. 사람들이 그 장소에서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고, 어떤 장면과 감정으로 기억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비로소 지역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청소년들이 태안을 영화와 게임, 음악과 판타지의 무대로 바꾼 것은 지역을 기존 관광 홍보의 문법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의 언어로 해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캠프 마지막 날 열린 상영회에서는 네 팀이 각각 완성한 작품을 공개했다.

 

서울·태안 청소년들이 태안 지역에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A팀은 카우걸과 말이 태안 곳곳을 누비는 추격전을 단편영화로 제작했다. B팀은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새로운 관광지가 등장하는 ‘보드게임 여행’ 형식으로 태안의 명소를 소개했다. 

C팀은 수목원과 지역 먹거리, 공룡 테마를 리듬감 있게 연결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D팀은 산신령의 부름을 받고 태안을 찾게 된 두 소녀의 여행을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냈다.

네 작품의 공통점은 ‘태안에는 무엇이 있다’라고 설명하기보다 ‘태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관광 홍보 콘텐츠가 정보 전달 중심에서 스토리와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접근은 의미가 있다. 

특히, 짧은 영상에 익숙한 청소년 세대에게 지역은 관광지 목록보다 하나의 이야기와 장면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캠프는 지역 청소년과 외부 청소년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태안에서 살아온 청소년은 익숙한 공간의 숨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 온 청소년은 태안을 처음 바라보는 방문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두 시선이 한 팀에서 만나면 지역을 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태안 청소년 김신비 학생은 “늘 살아온 태안을 직접 영상으로 담으면서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자신이 있는 곳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울 청소년 박태영 학생은 “태안 친구들과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특별했고, 직접 경험한 태안의 매력을 영상에 담으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지역 청소년에게는 ‘익숙한 곳의 재발견’, 외부 청소년에게는 ‘낯선 지역과의 관계 형성’이 동시에 이루어진 셈이다. 지역 홍보는 흔히 지방정부나 전문 광고회사에서 기획한다. 그러나 이번 캠프는 지역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 청소년을 직접 참여시켰다.

이는 청소년을 지역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생산하는 주체로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소년이 바라본 지역에는 기존 홍보물에서 놓치기 쉬운 요소가 등장할 수 있다. 놀이와 캐릭터, 음악, 게임처럼 젊은 세대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콘텐츠 문법을 지역자원과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소멸과 청년 유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청소년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만드는 경험은 장기적으로도 중요하다. 

지역에 대한 애착은 교육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직접 걷고, 기록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내가 사는 곳에도 콘텐츠가 있다’라고 경험하게 될 때 지역과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태안군 가족정책과 장길수 과장은 “서울과 태안의 청소년들이 함께 지역 곳곳을 탐방하고 자신들만의 시선을 영상에 담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며, “완성 작품이 태안 홍보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확산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금길호 관장도 “청소년들이 지역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경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디어 창작 역량 강화를 지속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미디어교육과 지역교육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영상 제작 기술을 배우면서 지역의 자연과 관광자원을 탐색하고, 다른 지역의 또래와 협업하며, 최종적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외부에 전달하는 과정까지 연결해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디어는 단순한 표현 도구를 넘어 지역을 이해하는 방법이 된다.

이번 캠프에서 제작된 ‘서울×태안 브랜딩 홍보 영상’은 유튜브 채널 ‘스스로넷T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이 작품들이 단순한 캠프 결과물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지역 홍보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다.

청소년의 아이디어가 관광 콘텐츠나 지역 축제, SNS 홍보 등으로 이어진다면 참여형 지역 브랜딩의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수도 있다. 지역 브랜딩은 결국 ‘우리 지역은 이런 곳’이라고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다. 사람들이 직접 지역을 경험하고 각자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서울과 태안의 청소년들이 만든 네 편의 영상은 전문 광고회사가 완성한 홍보 영상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청소년들이 실제로 걸어보고 발견한 태안, 그리고 또래에게 보여주고 싶은 태안이 담겨 있다.

지역의 미래 이미지는 때로 행정기관의 홍보문구보다 한 청소년이 카메라에 담은 장면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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