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7. 24. 오후 12:49:17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 동아시아가 함께 누릴 미래를 위한 협력의 구상

안보·인구구조·AI 규범 등 공동 과제 집중 논의 경쟁을 넘어 지식과 정책 경험을 연결하는 협력 기반 모색

최대식 기자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 동아시아가 함께 누릴 미래를 위한 협력의 구상
동아시아협력포럼(East Asia Cooperation Forum)은 지역 내 주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트랙2 회의로, 202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외교부는 7월 23일 서울에서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 요인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아시아협력포럼(East Asia Cooperation Forum)은 지역 내 주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트랙2 회의로, 202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정부 간 공식 협상과 달리 학계와 민간 전문가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새로운 협력 의제를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외교적 관계가 경직될수록 이러한 비공식 지식 교류의 통로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공식 외교가 결론을 만들어 내는 장이라면, 트랙2 회의는 그 결론을 가능하게 하는 질문과 아이디어를 축적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오늘의 동아시아가 마주한 현실은 성장의 속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정학적 긴장은 높아지고, 저출생과 고령화는 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은 산업과 노동, 안보와 윤리의 질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어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국경을 넘어 동시에 나타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해관계의 조정만이 아니다. 상대 국가가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각국이 축적한 경험을 나누며, 공동의 규범과 해법을 만들어 가는 협력의 방식이 요구된다. 

외교부가 개최한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번 포럼은 동아시아의 현재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이 함께 누릴 미래를 어떤 지적·정책적 기반 위에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자리였다.

이번 포럼은 ‘공감하고 공유하는 동아시아, 함께 향유할 미래를 위한 협력’을 주제로 열렸다. 세부 논의는 역내 정세 변화와 안보, 동아시아 국가의 인구구조 및 사회 변화, AI 기술 규범과 산업전략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역내 주요국 학자와 민간 전문가 20여 명을 비롯해 주한 외교단과 유관 분야 관계자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주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공감’이다. 국가 간 협력은 대개 국익과 전략, 거래와 협상의 언어로 설명된다. 그러나 공동의 위기 앞에서는 상대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려는 태도 역시 중요한 외교 자산이 된다. 저출생과 고령화, 에너지 불안, AI 전환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시차를 두고 비슷하게 경험하는 문제에서는 한 국가의 실패와 성공이 다른 국가의 정책 자료가 될 수 있다. 결국 공감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협력을 시작하기 위한 현실 인식의 토대가 된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개회사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안보 환경, 인구구조 변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을 동아시아가 함께 직면한 주요 변화로 평가했다. 박 차관은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해결 방안과 정책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함께 향유할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이 문제를 함께 인식하는 단계라면, 공유는 각국의 지식과 정책 경험을 공동 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협력은 지속 가능한 의미를 갖게 된다.

박윤주 차관은 또 한국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계속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밝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이는 한국이 지역 질서의 수동적 참여국이 아니라, 협력 의제를 제안하고 지식 교류를 연결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용출 워싱턴대학교 한국학 석좌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과거 세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동아시아가 이제는 경제협력을 넘어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공동으로 이바지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지적 통합’은 정치적 통합이나 제도적 단일화를 뜻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이해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공동 문제에 관한 지식과 해법을 축적하는 협력 구조에 가깝다. 동아시아는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역사 인식과 안보 문제에서는 갈등이 반복됐다. 이런 지역에서 지식인과 전문가의 지속적인 교류는 갈등을 곧바로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오해를 줄이고 공동 대응의 가능성을 넓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자칭궈(JIA Qingguo)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축사를 통해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는 시기일수록 동아시아가 연결성을 유지하고, 상호 이해를 강화하며, 인적 교류를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등이 커질 때 교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식과 사람의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역내 정세변화와 중동 상황, 에너지 안보 등 전략적 도전을 중심으로 지역 안보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안보는 지역 내부의 군사적 긴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동의 불안정은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적 갈등은 무역과 산업정책, 해상교통로의 안전까지 흔든다. 따라서, 지역 안보 역시 군사 문제와 경제·에너지·공급망 문제를 함께 살피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저출생, 고령화, 인구감소와 같은 사회구조적 변화가 다뤄졌다. 이러한 문제는 동아시아 여러 국가가 서로 다른 속도로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협력의 가능성이 크다. 한 국가가 먼저 겪은 정책의 성과와 한계는 뒤따르는 국가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돌봄 체계, 지역소멸 대응, 이민정책, 고령사회 노동시장 등은 국가별 제도를 넘어 비교와 학습이 필요한 대표적인 의제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출생아 수를 늘리는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청년의 주거와 일자리, 여성의 경력 지속, 돌봄의 공공성, 지역 간 격차 등 사회 전반의 구조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서 정책 경험 공유가 강조된 것도 이러한 복합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AI 기술을 둘러싼 산업전략, 데이터 정책, 기술 규범에 관한 각국의 경험이 공유됐다. AI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 간 기술 격차와 규범 충돌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의 이동과 보호, 알고리즘의 책임성, 산업 경쟁과 공공 안전의 균형은 어느 한 국가의 규칙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AI 기술은 국경을 쉽게 넘지만, 규제와 윤리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따라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최소한의 공통 원칙과 상호 이해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산업 협력과 기술 활용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정책 경험과 규범 논의를 지속해 공유한다면, 지역 내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위험을 줄이는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번 포럼은 동아시아의 공동 과제를 안보·사회·기술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로 나눠 다뤘지만, 세 의제는 사실 깊이 연결돼 있다. 인구감소는 산업과 국방, 복지 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AI는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문제 역시 산업전략과 기술 경쟁에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동아시아 협력도 개별 의제를 따로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 간 연결을 이해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지역 환경 속에서 동아시아가 직면한 공동 과제를 진단하고, 민간 전문가와 학계, 지식인의 교류를 확대해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정부 간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간 전문가들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지식 네트워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포럼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동아시아 지식인 간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지역 협력 발전을 위한 지적 토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국의 역할과 책임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의 미래는 어느 한 강대국의 전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갈등 속에서도 대화의 통로를 유지하고, 각자의 경험을 공동의 해법으로 전환할 수 있을 때 더 안정적인 지역 질서가 가능해진다. 이번 포럼이 제시한 ‘공감·공유·향유’의 흐름은 그래서 단순한 행사 표어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감 없는 협력은 계산에 머물고, 공유 없는 공감은 선언으로 끝난다. 두 과정이 실제 공동의 미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지역 협력은 시민의 삶과 연결된다.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은 바로 그 가능성을 지식과 대화의 언어로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최대식
최대식 기자
admin@seniortoday.net
작성 기사 수
479
작성 동영상 뉴스 수
0

인기 기사

인기 기사가 없습니다.

더 많은 기사가 추가되면 인기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

익명 댓글은 지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