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의 역할이 제품을 만드는 데서 문화와 경험을 설계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프렌치 헤리티지 브랜드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가 설립·후원하는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과 다원예술 프로그램 ‘PLAP10’을 기념해 코드세시(CodeSassy)의 신작 퍼포먼스 ‘Being as It Is’와 정수영 작가의 개인전 ‘What’s in My Bag?’ 오프닝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과 패션의 접점을 확장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전시와 공연 기간에는 문화예술계 관계자와 인플루언서(Influencer, 대중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브랜드 파트너(Brand Partner, 특정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맺은 개인·기업·기관) 등 다양한 관람객이 방문했다.
특히, 정수영 작가의 개인전은 ‘가방’이라는 일상적이면서도 패션과 밀접한 사물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삶을 들여다봤다. 가방은 물건을 담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지니며 살아가는지를 보여 주는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러한 익숙한 오브제를 예술적 질문으로 전환하며 관람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코드세시의 신작 퍼포먼스 ‘Being as It Is’는 전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접근했다. 실험적인 예술 언어와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의 다원예술적 성격을 보여줬다.
두 프로그램을 함께 배치한 점도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가방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에서 개인의 일상과 기억을 들여다보고, 다른 하나는 퍼포먼스를 통해 감각과 경험의 범위를 확장한다.
전시와 공연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문화공간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패션과 예술의 관계를 단순한 협업 이상의 문화적 경험으로 넓힌 것이다.
플랫폼엘은 루이까또즈가 설립·후원하는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다. 이번 프로젝트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이어온 문화예술 활동을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브랜드와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보여 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최근 브랜드 문화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에 예술 이미지를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가 작품을 발표하고 대중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지속해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엘의 역할은 패션 브랜드의 문화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루이까또즈와 플랫폼엘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속해 지원하고 대중이 더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보여 주는 것은 패션과 예술의 만남이 반드시 제품 협업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예술가에게 창작의 무대를 제공하고, 대중에게 새로운 감각과 질문을 경험할 공간을 열어줄 때 패션은 소비의 영역을 넘어 문화적 관계를 만드는 매개가 될 수 있다.
플랫폼엘 개관 10주년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이정표다. 앞으로도 루이까또즈가 예술 후원과 문화공간 운영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