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장관 황종우)는 2026년 어촌체험휴양마을 고도화사업 대상지로 강원 속초시 ‘장사마을’, 전남 함평군 ‘석두마을’, 경남 거제시 계도마을’, 경남 남해군 ‘문항마을’ 등 4곳을 선정했다고 5월 13일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어촌체험휴양마을 고도화사업은 어촌을 찾는 방문객을 위해 체험장과 숙박시설 등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최근 관광 흐름에 맞춘 고품격 숙박시설로 전면 정비하는 사업이다.
이는 잠시 들러 바다를 보고 돌아가는 관광만으로는 더 이상 지역의 지속적인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그 머무름이 지역의 소득과 문화 경험, 생활 인구 확대로 어떻게 이어졌는가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6년 어촌체험휴양마을 고도화사업’ 대상지 선정은 단순한 시설 개선 사업을 넘어, 어촌관광의 무게중심을 체험형에서 체류형으로 옮기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 준다.
이 사업은 2015년부터 추진됐으며, 어촌관광 만족도를 높이고 마을의 직접소득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이바지해 왔다. 다시 말해 이번 사업은 단순 보수 공사가 아니라, ‘거쳐 가는 장소’에서 ‘머무르는 목적지’로 바꾸려는 구조적 전환의 추진이다.
해수부는 경남 남해 유포마을이 2022년 고도화사업을 통해 소규모 가족형 숙박시설을 조성했고, 체류형 관광객 증가와 소비 확대로 2025년 기준 마을 관광소득이 2배 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왜 ‘고도화’가 필요한지를 잘 보여 준다.
관광의 성패는 더 이상 단순 방문객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장기 체류 수요를 어떻게 흡수하는지가 지역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2026년 공모에는 모두 18개 마을이 신청했으며,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선정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4곳이 선정됐다. 선정된 마을에는 마을당 2년간 총 8억 원이 지원된다. 이 수치는 사업의 방향이 단순한 시범 수준이 아니라, 일정 기간 지속해 공간을 바꾸고 콘텐츠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숙박시설 고도화는 하루 이틀의 수리가 아니라, 마을의 관광 구조와 체류 동선을 함께 바꾸는 일이다. 선정된 네 곳의 계획은 각기 다르지만,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속초 장사마을은 업무와 휴식을 함께하는 워케이션에 특화된 숙박환경을 조성해, 단순 체류를 넘어 지역과 교류하고 어촌의 생활과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관광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함평 석두마을은 기존 카라반을 새로 단장하고 글램핑장을 새로 조성해 관광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거제 계도마을은 낚시 관련 체험활동에 따른 방문객 증가에 대응해 노후 숙박시설을 개선하고 체류형 관광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남해 문항마을은 노후 숙박시설 개선과 함께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생태 관광 자원과 연계해 관광객 유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네 곳의 계획을 함께 놓고 보면, 이번 사업이 단순히 “숙소를 고친다”라는 수준을 넘어서 각각 특색에 맞는 차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속초는 워케이션, 함평은 글램핑, 거제는 낚시 체험 수요, 남해는 생태관광 자원처럼 각 마을의 고유한 특성과 이미 형성된 관광 흐름을 숙박환경과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즉, 공간 개선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과 성격에 맞는 체류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고도화사업은 시설 사업인 동시에 지역 브랜딩 사업의 성격도 띠고 있다. 어촌 고도화의 핵심은 도시식 숙소를 복제하는 데 있지 않고, 어촌의 고유한 삶과 자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여행자의 기대 수준에 맞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있다.
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계절 편중 관광, 생활 인프라 부족 등 여러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류형 관광은 단순한 관광정책이 아니라, 지역 소득을 늘리고 생활 인구를 확대하며 어촌의 존재 이유를 다시 구성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번 고도화사업은 노후 숙박시설 정비를 통해 어촌이 자체의 자원을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지역 재생 정책의 성격도 갖는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은 “이번 고도화사업을 통해 어촌체험휴양마을이 다시 찾고 오래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지역 고유의 자원과 특색을 살린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숙박환경 및 관광 콘텐츠 개선을 계속해서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2026년 어촌체험휴양마을 고도화사업 대상지 선정이 보여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촌관광의 미래는 많이 오는 관광보다 오래 머무는 관광에 있고, 그 체류의 힘은 지역마다 다른 자연과 문화, 생활 자원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숙박과 콘텐츠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선정의 의미는 단순히 네 곳의 마을이 지원받게 됐다는 데만 있지 않다. 어촌이 더 이상 낡은 체험 공간으로 머물지 않고, 지역 고유의 품격을 갖춘 체류형 목적지로 다시 설계되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