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청장 박은식)이 ‘국가숲길(산림생태·문화·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숲길을 국가가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장거리 탐방로)’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모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산림청은 6월 6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양구군 DMZ펀치볼둘레길 일원에서 스토리텔링 기반 국가숲길 체험 프로그램인 ‘감자꽃 & 숲길 걷기’ 행사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감자꽃이 만개하는 계절적 특성과 숲길의 자연경관을 결합한 약 6.6km 코스로 구성됐으며, 탐방객들은 약 4시간 동안 DMZ펀치볼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지역문화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단순한 걷기 행사에 있지 않다. 산림청은 ‘국가숲길’을 단순한 관광자원이나 휴양 공간으로 바라보는 기존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의 삶, 지역 특산물 소비를 연결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문제가 전국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산촌 지역은 풍부한 자연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인구 유출과 고령화, 경제 기반 약화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숲길’은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걷기 여행은 이제 세계적인 관광 트렌드가 되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일본의 구마노고도, 영국의 내셔널 트레일처럼 길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되고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리산둘레길을 시작으로 둘레길 문화가 확산되면서 걷기 여행이 지역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DMZ펀치볼둘레길 프로그램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숲길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된다.
행사 참가자들은 숲길 탐방뿐만 아니라, 지역 농가와 연계한 ‘숲밥 및 감자전 만들기’ 체험에도 참여하게 된다. 또한, 지역 특산물 장터를 통해 임산물과 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이는 관광객이 단순히 지역을 방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역경제에 직접 이바지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관광학에서는 이를 ‘체류형 관광’ 또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는 가치와 추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 패러다임)’라고 부른다. 관광객은 단순히 풍경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DMZ펀치볼둘레길은 일반 숲길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양구 펀치볼 지역은 한국전쟁의 흔적과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자, 수십 년간 인간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독특한 생태계가 보존된 장소다. 따라서, 이곳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평화의 의미를 함께 체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청은 이번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국가숲길’과 산촌이 상생할 수 있는 ‘지역 활성화 표준 체험 프로그램’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산림청은 지리산둘레길, 백두대간트레일, DMZ펀치볼둘레길, 대관령숲길, 내포문화숲길, 울진금강소나무숲길, 대전둘레산길, 한라산둘레길, 속리산둘레길 등 전국 9개 ‘국가숲길’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이들 숲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니라, 자연생태와 역사문화, 지역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진 국가적 자산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와 지속 가능한 관광이 주목받는 가운데 숲길은 환경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표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숲은 보호해야 할 자연이면서도 지역주민의 삶과 연결될 때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조영희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국가숲길’은 매년 수백만 명의 국민이 찾는 소중한 자산이자 산촌 관광자원이다”라며,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전국 산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제 ‘국가숲길’은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다. 그 길은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도시와 산촌을 이어주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지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이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