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6. 12. 오후 6:25:56

제35회 인천무용제, 인천 춤의 현재와 가능성 확인하며 폐막

시민과 예술인 함께한 지역 대표 무용축제, 3일간 12개 작품 선보여 ‘화류춘몽 - 어느 봄날의 꿈’, 9월 전국무용제 인천 대표작으로 선정

최대식 기자
제35회 인천무용제, 인천 춤의 현재와 가능성 확인하며 폐막
제35회 인천무용제 전국실용무용 챔피언십 초청공연 T.N.T Crew의 ‘컨택 : 꿈으로 가는 환승역’

2026년 전국무용제에서 인천을 대표할 무용 예술단체를 선발하는 ‘제35회 인천무용제’가 지난 6월 5일부터 7일까지 부평아트센터와 수봉문화회관에서 열려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인천무용제는 오랜 기간 인천의 무용예술 발전에 이바지해 온 지역 대표 무용축제로, 올해로 35회째를 맞았다.

이번 인천무용제에는 인천광역시 무용단체와 시민단체, 국내외 초청작이 함께 참여해 총 12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초청작 7편과 단체부문 경연작 5편이 시민 관객에게 소개됐고, 이 밖에도 한국무용 작품과 몸 사용 일반 워크숍 프로그램이 마련돼 공연과 체험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진행됐다.

무용제가 심사와 경연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예술인들만의 행사로 좁아지기 쉽다. 그러나 초청공연과 워크숍, 시민 접점을 넓히는 프로그램이 함께할 때 축제는 비로소 지역문화의 장이 된다.

이번 인천무용제는 바로 이런 점에서 무용이 전문예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감각과 만나는 방식을 고민한 흔적을 보여 줬다. 무용은 설명보다 체험에 가까운 예술이기 때문에,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는 이런 구성은 축제의 의미를 한층 넓힌다.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그 도시가 어떤 몸의 언어를 갖고 있는지, 어떤 리듬으로 자신을 표현하는지, 어떤 예술로 시민과 만나고 있는지가 결국 도시의 문화적 얼굴을 만든다. 이런 점에서 무용제는 단순히 작품 몇 편을 올리고 수상작을 가리는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의 예술적 감각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지역 예술이 얼마나 깊이 시민과 호흡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공개된 무대다. 

제35회 인천무용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는 소식은, 인천의 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언어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번 무용제를 통해 오는 9월 서울특별시에서 열리는 ‘제35회 전국무용제’에 참가할 인천 대표 예술단체도 선정됐다. 

단체부문 대상은 이데아댄스컴퍼니의 ‘화류춘몽 - 어느 봄날의 꿈’이 차지했다. 안무는 김주성이 맡았다. 이 작품은 전국무용제에서 인천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다. 최우수작품상은 길프로젝트의 ‘Of Roots and Vines’가 수상했으며, 우수 연기상은 길프로젝트의 김한솔 무용수와 이데아댄스컴퍼니의 류다영 무용수에게 돌아갔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화류춘몽 - 어느 봄날의 꿈’은 특히 인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결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작품은 과거 인천의 용동권번이라는 역사적 예인 양성소 이야기와 예인 ‘이화자’의 노래 ‘화류춘몽’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어졌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음악과 뮤지컬적 요소를 함께 담아낸 순수 무용 작품으로, 시간여행의 형식을 통해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를 무대 위에 구현했다.

이 작품이 전국무용제에서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예술이 전국무대에서 빛나기 위해서는 단지 완성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지역만이 가진 이야기와 정서를 자기 언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제35회 인천무용제 단체경연 대상 수상작인 이데아댄스컴퍼니의 ‘화류춘몽 - 어느 봄날의 꿈’ 공연 모습

 

‘화류춘몽 - 어느 봄날의 꿈’은 인천의 역사와 예인의 기억을 오늘의 무대 언어로 다시 번역했다는 점에서,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껴안은 작품으로 읽힌다. 과거의 소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춤추게 했다는 점에서 전국무용제에서도 충분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길프로젝트의 ‘Of Roots and Vines’ 역시 인천 무용계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제목부터 뿌리와 덩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전통과 현재, 몸의 근원과 확장의 감각을 연결하는 인상을 남긴다. 

또 우수 연기상을 받은 김한솔, 류다영 무용수의 수상은 이번 무용제가 작품 중심의 평가에 그치지 않고 무용수 개인의 표현력과 무대 장악력까지 함께 조명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좋은 무용제는 작품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무용수의 이름도 함께 남긴다.

이번 무용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전국실용무용 챔피언십’이다. 올해 처음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T.N.T Crew의 ‘컨택-꿈으로 가는 환승역’을 초청해 무대를 꾸몄다. 이는 인천무용제가 전통적 장르 구분에 머물지 않고, 젊은 예술인들이 모인 실용무용의 흐름까지 포괄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용의 미래는 특정 장르의 우월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몸의 언어가 한 도시 안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 움직이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도는 인천 무용의 외연을 넓히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컨택-꿈으로 가는 환승역’이라는 제목 역시 흥미롭다. 환승역은 어디론가 지나가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용무용 챔피언십의 첫 무대를 장식한 이 작품은 젊은 예술인들이 인천 무용의 다음 경로를 어떻게 바꾸어 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은유처럼도 보인다. 

전통과 순수예술 중심의 무용제 안으로 젊은 흐름을 들여오는 일은 단지 이벤트 구성을 다변화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무용계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은 작품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지지하고 지켜보고 기억하는 관객이 있을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인천무용제가 35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힘도 결국 예술인들의 창작 의지와 함께, 그 무대를 지켜본 지역사회의 축적된 관심 덕분일 것이다.

이번 제35회 인천무용제의 의미는 수상 결과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인천의 무용이 과거와 현재,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순수무용과 실용무용, 공연과 체험, 예술인과 시민 사이를 오가며 도시의 문화적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무용제는 규모로만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한 도시가 자기 몸의 언어를 잃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 언어를 다음 무대로 넘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다. 전국무용제 무대에 오를 인천 대표작이 결정된 지금, 이번 인천무용제는 폐막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에 가깝다. 

인천의 춤은 3일간의 축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 춤은 이제 서울의 무대로 이어지고, 다시 인천의 새로운 예술적 시간으로 돌아올 것이다. 도시가 예술을 품는다는 것은 결국, 그 도시의 몸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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