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골목비엔날레 운영사무국(쥬스컴퍼니)은 ‘2026 양림골목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여 앞둔 8월 7일 양림동 코리아유니크베뉴 10년후그라운드에서 ‘개막 D-30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총회에는 추진·기획위원과 참여 작가, 주민, 지역 및 공공기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해 준비 현황을 공유하고 기관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비엔날레라고 하면 흔히 대형 전시장과 거대한 설치작품, 국제적인 큐레이션을 떠올린다. 그러나 ‘양림골목비엔날레’는 그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다. 예술을 특정 전시장 안에 모으는 대신 골목과 상점, 생활공간 속으로 흩어놓고, 주민과 상인, 예술인, 대학, 행정기관이 함께 축제를 만든다.
이번 총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축제를 준비하는 주체의 다양성이다. 전남광주 남구청과 양림동행정복지센터, 전남대학교 만들마루, 호남신학대학교 앵커사업단 등이 참여해 분야별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 예술인과 문화기획자뿐 아니라 주민과 상인, 대학과 공공기관까지 축제 운영에 연결됐다.
이는 양림골목비엔날레가 단순히 외부 기획자가 프로그램을 만든 뒤 주민에게 제공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지역 축제의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왔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이 축제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지, 상인이 지역의 변화에 함께 참여하는지, 지역기관이 축제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양림골목비엔날레가 강조하는 ‘민간 주도·공공 협력’은 이러한 지역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2026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광주 양림동 일원에서 열린다. 전시뿐 아니라 투어와 체험, 각종 행사,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를 통해 예술과 마을·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개념은 이번 비엔날레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전통적인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기 위해 정해진 장소로 이동한다. 그런데 골목형 비엔날레에서는 관람객이 마을을 걷고, 상점을 지나고, 주민과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작품과 장소를 함께 경험한다. 예술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놓인 골목의 역사와 생활, 사람까지 함께 접하게 되는 셈이다.
양림동처럼 역사와 문화적 서사가 축적된 지역에서 골목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건물과 골목, 오래된 상점과 주민의 기억 자체가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때 예술은 지역을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장소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야에서 읽게 만드는 매개가 된다.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것도 이런 방식에 가깝다. 외부에서 완성된 콘텐츠를 가져와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공간과 사람을 예술 일부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지역문화축제의 차별화도 이런 점에서 가능해진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과 체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전남대학교와 호남신학대학교 등 지역 대학의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 청년 인재, 공간과 장비를 갖고 있지만,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지역 문화 현장은 전문인력과 기술, 청년 참여가 필요하다.
대학과 마을이 축제를 매개로 연결되면 학생에게는 실제 지역 프로젝트를 경험할 기회가 되고, 지역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 역량이 유입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된다면 비엔날레는 지역의 문화 인재를 키우고 실험하는 플랫폼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는 이번 총회를 통해 축제를 준비하는 주체들이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협력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 협력이 개막 이후에도 유지되는가다. 대형 문화행사는 관람객 수와 경제효과가 주요 성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을형 비엔날레라면 다른 평가 기준도 필요하다.
주민과 예술인의 협업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역 상권과 문화공간의 이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축제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가 이어지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림골목비엔날레를 주최·주관하는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는 양림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과 문화기획자들이 만든 협의체다.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 지원과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기반 조직이 축제를 주도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외부의 대형 기획이 지역을 잠시 활용하고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사람들이 축제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이다. 양림골목비엔날레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예술축제가 한동안 사람을 끌어모으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마을에 새로운 관계와 기억을 남길 수 있는지다.
거대한 전시장 대신 골목을 택한 이번 비엔날레의 진정한 성과도 작품의 규모보다는 예술을 매개로 주민과 상인, 예술가, 대학, 행정이 얼마나 오래 연결되는지에서 확인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