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5. 15. 오후 3:28:17

국립수목원- WWF, 멸종위기종 현지 내 보전을 위한 장기 모니터링 착수

시민과학자 참여 ‘까막딱다구리 네이처 챌린지’ 시작 현지 내 보전을 위한 서식·번식·위협요인 장기 관찰 추진

윤상필 기자
국립수목원- WWF, 멸종위기종 현지 내 보전을 위한 장기 모니터링 착수
까막딱다구리 탐조 현장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과 WWF(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 박민혜)는 5월 11일 광릉숲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까막딱다구리의 현지 내 보전을 위한 장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멸종위기종을 지킨다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실제 보전은 대개 훨씬 느리고 조용한 일에서 시작된다. 눈에 띄는 캠페인이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한 종이 어디에 나타나는지, 어디에서 번식하는지,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오랜 시간 반복해서 살피고 기록하는 일이다. 

결국 보전은 관심의 강도가 아니라 관찰의 지속성에서 힘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국립수목원과 세계자연기금(WWF)이 광릉숲 까막딱다구리를 대상으로 시작한 이번 장기 모니터링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알리는 일”에서 “축적하는 일”로 옮겨 놓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광릉숲 내 까막딱다구리의 생태와 서식 현황, 개체수 변화, 위협요인을 지속하여 관찰·기록해 안정적인 서식지 보전과 종 보전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명은 ‘까막딱다구리 네이처 챌린지(Black Woodpecker Nature Challenge)’이며, 우선 장기간에 걸쳐 까막딱다구리의 출현 양상과 번식·서식 동태를 살피고 출현 지역과 둥지 분포를 지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 보전 전략을 세우려면 그 종이 어떤 숲을 필요로 하는지, 번식 성공률은 어떤 조건에 좌우되는지, 사람의 접근이나 서식지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같은 정보가 장기적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즉, 한 종을 지키는 일은 감정적 관심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장기간의 자료와 해석할 수 있는 기록 위에서만 구체적인 정책과 현장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챌린지의 또 다른 특징은 시민과학자들이 운영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국립수목원은 ‘딱따구리보전회’와 국립수목원 탐조 동아리 ‘어느새’ 회원 등 시민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현장 관찰과 기록을 통해 까막딱다구리의 서식 정보를 축적하고, 향후 보전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료 생산에 이바지하게 된다. 이는 전문 연구기관의 보전 활동이 시민의 장기적 참여와 연결될 때 어떤 형태의 협력 모델이 가능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까막딱다구리 네이처 챌린지 단체 사진

 

시민과학은 전문가만이 지식을 생산하는 구조를 넘어, 일반 시민이 관찰과 기록, 데이터 축적 과정에 참여해 과학적 연구와 보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조류처럼 넓은 공간을 이동하고 계절과 번식기에 따라 출현 양상이 달라지는 생물은 짧은 조사보다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관찰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역과 현장을 잘 아는 시민과학자의 참여는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장기 모니터링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까막딱다구리(학명 Dryocopus martius)는 천연기념물 제242호로 지정된 대형 딱따구리류로, 오래된 큰 나무와 죽은 나무가 많은 성숙림 생태계의 지표종(환경의 상태를 알려 주는 기준이 되는 생물)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까막딱다구리의 존재는 단지 한 마리 새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광릉숲 같은 오래된 숲이 얼마나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특정 종 하나에 대한 보호 사업인 동시에, 광릉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읽어 내는 긴 관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까막딱다구리가 꾸준히 번식하고 둥지를 유지할 수 있는 숲이라면, 그 숲은 큰 나무와 고사목, 먹이 자원, 방해받지 않는 서식 환경이 함께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립수목원과 WWF는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멸종위기종의 현지 내 보전을 위해 특정 종을 대상으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자료를 축적하는 보전 협력 모델을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인 협력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경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장은 “이번 멸종위기종 보전 프로그램은 다양한 환경 위기 속에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까막딱다구리가 ‘제2의 크낙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라며, “국립수목원은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까막딱다구리의 지속적인 종 모니터링과 안정적인 서식지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멸종위기종 보전은 특별한 날의 관심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숲에서 한 종이 남기는 흔적을 오래 읽고, 그 변화의 방향을 지도로 만들며, 시민과 연구기관이 함께 자료를 쌓아 갈 때 비로소 보전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 이번 ‘까막딱다구리 네이처 챌린지’의 의미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데만 있지 않다. 한 종의 생존을 지키는 일이 곧 숲 전체의 미래를 읽는 일이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실천을 느리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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