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의 발원지로 알려진 전남 무안군 일로에서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다시 품바의 소리와 몸짓으로 무대에 올랐다. 문화예술협동조합 마당은 지난 9월 6일 일로성당에서 마당극 ‘품바아리랑’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전남문화재단의 ‘2026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일로, 마당이 되다 문화예술교육프로젝트 - 나의 품바 연대기’의 두 번째 버스킹 공연이다.
공연에는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했으며, 200여 명의 관람객과 지역 기관장, 군의원 등이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교육과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경험을 대사와 장면, 노래와 몸짓으로 풀어냈다.
‘나의 품바 연대기’는 총 20회의 교육과 3회의 버스킹 공연으로 구성된 과정 중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무안 일로의 지역문화자산인 품바를 바탕으로, 민중 광대가 지닌 해학과 저항의 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의 삶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 사업은 완성된 공연의 수준만을 성과로 삼지 않는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의 경험을 듣고, 이를 함께 장면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본다. 품바의 소리와 장단, 즉흥성과 몸짓은 여기서 과거의 형식을 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표현하는 언어가 된다.
이번 ‘품바아리랑’은 그 교육과정이 실제 마당판으로 확장된 사례다.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이야기가 관객 앞에서 공연되고, 다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과정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전통문화의 전승 방식에 대해서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전통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오늘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다시 사용하게 될 때 비로소 다음 세대와 연결될 수 있다.
품바는 무안 일로의 중요한 문화자산이지만 구전과 즉흥에 기반한 특성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과 전승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도 안고 있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단절 가능성에 대응해 주민의 경험을 창작의 재료로 삼고, 지역 안에서 지속해 품바를 배우고 만드는 구조를 모색한다.
김은미 문화예술협동조합 마당 대표는 “이번 공연은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배우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지역의 문화예술 현장에서 어떻게 꽃피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라며, “품바의 발원지인 일로에서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품바 연극으로 다시 복원되고 창작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과정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전통문화의 생명력은 얼마나 오래 보존됐는가보다 오늘의 사람들이 그것을 다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품바가 발원지 일로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만나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전승’이 곧 ‘재창작’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남은 교육과 버스킹 공연이 주민의 개인적 기억을 얼마나 풍부한 공동체의 서사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