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7. 23. 오후 4:48:40

제5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 92개국 참가한 세계 대회서 한국대표단 전원 메달 획득

성적 이상의 의미는 대한민국‘과학 인재가 자라는 구조’ 세계 화학영재들의 무대에서 대한민국 화학영재들의 저력 입증, 금 2·은 1·동 1 획득

최대식 기자
제5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 92개국 참가한 세계 대회서 한국대표단 전원 메달 획득
좌측부터 정현 단장, 최수혁 부단장, 김도훈(광주과학고 3), 김상연(인천과학예술영재교 3), 임장호(광주과학고 3), 이은성(대구과학고 3), 권성중 지도교수, 박기영 지도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우성)은 제5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Chemistry Olympiad, IChO)에서 한국대표단 4명 전원이 메달(금 2명, 은 1명, 동 1명)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렸으며, 총 92개국 368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한국대표단 가운데 김상연(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3), 임장호(광주과학고 3) 학생이 금메달을, 김도훈(광주과학고 3) 학생이 은메달을, 이은성(대구과학고 3) 학생이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이번 결과는 무엇보다 ‘전원 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올림피아드는 일부 뛰어난 개인의 돌출적 성취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대표단 전원이 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대표 선발과 훈련, 지도 체계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해 이번 성과는 네 명의 학생만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그 학생들을 길러낸 한국 과학영재 교육 시스템의 결과이기도 하다.

과학올림피아드의 성과는 종종 메달 색깔로 먼저 요약된다. 금메달 몇 개, 국가 순위 몇 위, 대표단 전원 수상 여부 같은 수치를 앞세운다. 그러나 국제과학올림피아드가 진짜로 보여 주는 것은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그것은 한 나라가 과학 인재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떻게 훈련하며, 얼마나 깊이 있는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드러내는 집약된 장면에 가깝다. 

제5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대표단 4명 전원이 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이번 성과는 한국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화학적 사고력과 실험 역량을 입증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동시에, 과학영재 교육의 축적된 기반이 여전히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는 화학 분야의 이론적 지식과 실험 기반 탐구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 역시 이론 시험 5시간, 실험 시험 5시간으로 진행됐고, 총점은 이론 60%, 실험 40%를 반영해 산정됐다. 이는 화학이 단지 공식을 암기하거나 문제 풀이 기술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 준다. 

화학은 분자의 구조와 반응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실제 물질을 다루고 실험 결과를 읽어 내는 감각이 함께 필요한 분야다. 이번 대회는 바로 그 두 축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였다.

이론 시험은 물리화학, 분석화학, 유기화학, 무기화학 전반에 걸쳐 총 9개 문제가 출제됐다. 물리화학 분야에서는 벨로소프-자보틴스키(BZ) 반응의 진동 거동을 바탕으로 정류상태 근사, 반응속도식 유도, 임계 농도와 진동 주기 계산과 같은 화학반응 속도론 문제가 제시됐다. 이는 단순히 교과서 지식을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복잡한 반응계를 수학적·개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였다.

분석화학 분야에서는 질량분석의 동위원소 존재비를 이용한 분자식 추론, 철(III) 반응과 질량분석 자료를 활용한 천연물 구조 규명, 열중량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광물의 조성과 열분해 생성물을 해석하는 정성·정량 분석 문제가 출제됐다. 이 역시 단순 암기가 아니라 여러 자료를 교차 해석해 보이지 않는 구조를 추론하는 능력이 핵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무기화학과 물리화학이 결합된 영역에서는 광촉매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환원 과정에서의 전자 이동, 중간체 구조, 양자 수율을 해석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는 오늘날 화학 연구가 순수한 분과 구분을 넘어 에너지와 환경 문제, 첨단 소재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대회는 학생들의 교과 내 성취만이 아니라, 현대 화학이 실제로 다루는 문제의식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는지도 평가하였다.

유기화학 분야에서는 천연물 유래 화합물의 구조 결정과 반응 생성물의 구조 규명, 탄소 나노고리(cyclo[n]carbon)의 합성과 방향족성 해석, 인지질인 카디올리핀의 구조 조립과 입체화학 및 pH 변화에 따른 형태 변화 문제가 출제됐다. 이는 생명과학, 나노과학, 재료화학과 맞닿아 있는 유기화학의 확장된 지형을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무기화학·분석화학·유기화학 융합 영역에서는 우라늄 핵분열과 중성자 생성 반응, 결합에너지 계산, 감속 과정 같은 핵화학 문제와 함께 공유결합성 유기 골격체(COF)의 구조 설계, π–π 상호작용, 금속 촉매의 산화수 변화와 배위화학 특성을 다루는 응용문제가 제시됐다. 이는 국제화학올림피아드가 더 이상 특정 단원 중심의 경시대회가 아니라, 화학의 넓은 지형을 통합적으로 읽어 내는 대회라는 점을 보여 준다.

실험 시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총 3개 과제가 제시되었고, 무기화학 분야에서는 미지의 금속 양이온과 리간드로 착화합물을 직접 합성하고 적정법과 화학반응을 통해 구조를 규명하는 과제가 나왔다. 

유기화학·생화학 융합 분야에서는 효소 혼합물과 기질의 반응을 이용해 생체 시료 내 성분을 색 변화와 농도 변화로 정성·정량 분석하는 과제가 제시됐다. 분석화학 분야에서는 산-염기 적정 곡선 해석과 천연 지시약의 변색 원리 분석을 통해 혼합 용액의 조성과 pH 특성을 결정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 실험 과제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손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실험 과정 하나하나를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는 결국 “잘 아는 학생”을 가리는 대회이면서 동시에 “잘 다루고 잘 읽는 학생”을 가리는 대회다. 이번 한국대표단의 전원 메달은 이론과 실험 양쪽에서 고른 역량을 보여 주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한국대표단을 이끈 한국화학올림피아드위원회 정현 단장은 지도교수로 참가한 선배 수상자 최수혁 연세대학교 교수와 박기영 KAIST 교수의 사례를 들며,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경험하는 일은 창의적인 통찰력과 정교한 논리력을 갖춘 화학자로 성장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피아드는 단순히 청소년 시기의 화려한 수상이 아니라, 앞으로의 연구자적 삶을 형성하는 훈련의 장일 수 있다.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습관, 논리의 엄밀함, 세계 수준의 경쟁을 경험한 감각은 훗날 과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특히, 선배 수상자가 다시 지도교수로 참여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학영재 교육에서 가장 강력한 자산 가운데 하나는 세대 간 전승이다. 세계 무대를 경험한 선배가 다시 후배를 지도하는 구조는 지식의 전달을 넘어, 탐구 태도와 연구 문화까지 이어 준다. 이는 한국 과학올림피아드의 성과가 일회성 결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를 다시 키워 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올해 한국대표단은 이번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이어 수학, 정보, 지구과학 등 다른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도 차례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기초과학 전반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학생들을 꾸준히 길러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메달 성과 자체만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국제무대는 분명 한 사회가 과학적 재능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키우고 있는지 보여 주는 창이 된다.

이번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성과는 두 가지를 함께 말해 준다. 하나는 한국 대표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화학적 사고력과 실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학생들이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훈련, 지도와 선순환 구조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금메달 두 개, 은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라는 결과 뒤에는 오랜 시간 쌓인 학습과 훈련, 그리고 미래 과학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함께 들어 있다.

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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