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설비가 좋아도, 플랫폼이 커도, 현장을 이해하고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산업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특히, 패션산업은 디자인과 제조, 유통과 플랫폼,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빠르게 맞물리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양여자대학교와 무신사리테일서비스가 지역 패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협력 체계를 본격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기관 협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지역 제조 기반과 교육, 디지털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해 패션산업의 미래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력은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형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패션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융합형 교육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한양여자대학교와 무신사리테일서비스는 산학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산업 수요를 반영한 실무 중심 교육과정 개발과 인재 양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각 기관의 역할도 분명하다. 대학은 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을 맡고, 플랫폼 기업은 산업현장의 수요와 글로벌 시장 흐름을 반영하며, 센터는 지역 패션기업과 교육기관, 기업 사이를 잇는 거점 역할을 담당한다.
한양여자대학교 나세리 총장은 “이번 협약이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수요에 기반한 교육 혁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고, 무신사리테일서비스 박대성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필요한 인재 발굴과 AI 기반 직무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 역시 “현장 중심 교육과 취업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패션산업이 더 이상 전통적 제조업의 틀 안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패션산업은 봉제와 생산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디자인 기획, 데이터 분석, 플랫폼 유통, 브랜드 전략, 디지털 콘텐츠, AI 활용 역량까지 함께 요구된다.
다시 말해 이제 패션 인재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시장을 읽고 기술을 활용하며 제조와 유통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패션과 AI를 결합한 융합형 교육 체계를 내세운 이번 협력은 시대의 방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금천이라는 지역의 맥락에서 보면 이번 협력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금천은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제조 집적지 가운데 하나로, 현장 생산 기반이 살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많은 제조 기반 산업이 그렇듯, 지역 패션산업 역시 인력 고령화, 청년 유입 부족, 디지털 전환 지연 같은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제조 현장을 교육기관과 플랫폼 기업, 지원센터가 함께 연결하는 구조는 단순한 인턴십이나 행사 차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자체를 다시 짜는 시도로 읽힌다. 지역에 산업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산업을 이어 갈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협력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실무형’과 ‘융합형’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다. 실무형이라는 말은 학생들이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이다. 산업은 늘 “쓸 수 있는 인재”를 원하지만, 교육은 종종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따라서 현장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발은 단순한 편의 조정이 아니라, 교육과 산업 사이의 오랜 불일치를 줄이는 핵심 과제가 된다.
동시에 융합형이라는 말은 이제 패션산업의 인재상이 봉제와 디자인의 범위를 넘어 디지털과 AI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단지 새로운 기술 몇 가지를 배우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무신사리테일서비스가 협력 주체로 들어와 있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오늘날 패션산업은 제조 현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플랫폼은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포착하는 공간이며, 글로벌 확장의 경로 역시 점점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이 교육과 인재 양성 단계부터 협력에 참여하는 것은 산업의 현실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말해 학생이 배우는 것과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사이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교육이 살아 있으려면 산업과 멀어져서는 안 되고,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교육과 단절되어서도 안 된다.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가 중심 거점 역할을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역 산업 생태계는 늘 여러 주체가 흩어져 있기 쉽다. 기업은 사람을 구하고 싶어 하고, 대학은 학생의 진로를 고민하며, 플랫폼은 새로운 인재를 원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중간 구조가 약하면 각자의 필요는 서로 스쳐 지나가고 만다.
금천패션제조지원센터가 그 사이에서 협력의 중심축이 된다면, 교육은 취업으로, 지역 기업은 인재 확보로, 플랫폼은 산업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좋은 지원기관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물론 과제도 있다. 산학협력은 협약식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실제 교육과정이 얼마나 산업 변화에 맞게 운영되는지, 학생들이 어떤 현장 경험을 하게 되는지, 취업 연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지역 기업이 이 과정을 통해 실제 도움을 받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특히, AI와 패션의 결합은 말은 쉽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직무 역량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 트렌드 분석, 생산 관리,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운영 등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역량을 길러낼 것인지가 분명해야 이 협력은 구호를 넘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방향은 옳다. 패션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디자인만으로도, 제조만으로도, 플랫폼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 제조 기반, 실무 교육, 디지털 유통, AI 활용 역량이 함께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이번 협력은 바로 그 복합적 현실에 대한 응답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