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5. 6. 오전 11:09:45

제비와 우리의 정서

안순모 기자
제비와 우리의 정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새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어떤 징조를 전하는 존재로 바라보곤 했다. 그 가운데서도 제비는 대표적인 길조로 여겨졌다. 제비는 오래전부터 사람 가까이에서 서식해온 새로 유난히 친근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봄이 오면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늦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모습은 계절의 순환과 반가운 기다림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특히, 제비는 고전소설 『흥부전』을 통해 더욱 따뜻하고 복된 새로 기억된다. 가난한 흥부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정성껏 고쳐주자, 제비는 다음 해 봄 박씨를 물고 돌아와 은혜를 갚는다. 그 박씨를 심어서 키운 박에서 쌀과 돈, 보물이 쏟아져 나왔다는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런 덕택에 제비는 복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제비가 집에 둥지를 틀면 집안에 복이 들고, 그해 농사도 잘될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말 속에도 제비는 자주 등장한다. 제비꽃, 제비추리, 제비뽑기, 강남제비, 물 찬 제비 같은 말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제비는 우리 삶과 말, 기억 속에 깊숙이 스며 있는 새다. 그만큼 제비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정서와 가까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제비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등은 짙은 청홍 빛을 띠고, 배는 희며, 꼬리는 두 갈래로 깊게 갈라져 있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그 모습은 작지만, 매우 날렵하고 아름답다. 시속 90km에 이르는 속도로 난다고 하니, 처마 밑을 스치듯 지나가는 제비의 비행에는 경쾌함과 신비로움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제비를 본다는 것은 단지 한 마리 새를 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봄을 다시 만나는 일이자, 오래된 이야기와 민족의 정서를 함께 떠올리는 일이다. 오늘도 어딘가의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날아드는 제비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복과 계절, 그리고 정겨운 귀환의 의미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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