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의 안부가 끊긴 자리, 차가운 밥상 하나, 조용히 닫힌 문 앞에서 시작된다.
한국늘사랑회 김상기 회장이 들려준 이야기도 그랬다. 얼마 전 한 기관장을 만났을 때 들은 한 마디가 오래 가슴에 남았다고 했다. 후원하던 65세 대상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가정을 방문했더니, 이미 홀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는 이야기였다.
김상기 회장은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너무 아렸다”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통계적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을 얼굴 없는 슬픔으로 남는다. 그리고 바로 그런 슬픔이, 그를 다시 봉사의 현장으로 이끈다.
김상기 회장은 최근 속초시 자원봉사 릴레이의 하나로 진행된 틈새계층 반찬 나누기 사업에 동참했다. 봉사자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50가정을 위한 밑반찬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여러 기관과 개인에게 전달했다.
한 끼의 반찬이지만, 그것은 단지 먹거리 하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잊지 않고 있다는 신호였고, 혼자 견디고 있는 삶을 향한 작은 노크였다. 혼자 버티는 삶은 대개 배고픔보다 더 깊은 외로움에 먼저 무너진다. 그래서 반찬 한 통에는 음식의 온기만 담기는 것이 아니라, 아직 누군가가 당신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이 함께 담긴다.
문 앞에 놓인 그 작은 찬거리 하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 없는 위로가 되고, 세상과 끊어진 듯한 사람의 일상에 다시 관계의 숨결을 불어 넣는 조용한 메시지가 된다. 나눔의 본질은 크고 화려한 데 있지 않다. 이렇게 작은 것 같지만, 실제적인 손길로 사람의 하루를 붙들어 주는 데 있다.
그동안 수많은 봉사 현장에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한 그였기에, 이젠 좀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 말이 큰 울림으로 되돌아왔다. 김상기 회장이 봉사 현장을 떠나지 않는 데는 분명한 철학과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김상기 회장은 “제 손길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하루를 버틸 힘이 되며, 혼자라고 느끼던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덥혀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봉사의 수고는 피로에서 끝나지 않고, 보람과 기쁨으로 되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봉사의 진짜 힘은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힘들어도 계속하게 만드는 사랑의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봉사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얼마나 힘과 위로가 되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상기 회장은 “평생을 봉사와 함께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또 한 번 울림이 되었다. 봉사를 삶의 한 시기가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는 더욱더 실제적인 일로 이웃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밑반찬을 만들고, 안부를 묻고, 손이 필요한 곳에 먼저 몸을 보태는 일 말이다.
그의 마음은 시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상기 회장이 봉사하며 느낀 소회를 담아 쓴 「살아있는 행복」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향한 조용한 고백에 가깝다.
살아있는 행복 / 김상기
인생을 너무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인생이 너무 초라해집니다.
인생은 그냥 길가에 풀 한 포기가 나서 사는 것과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았네. 한 번씩만 외쳐 보세요.
살았다는 느낌보다 인간에게 더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은 없습니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마세요. 항상 현재에 살아야 합니다.
현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불행한 이유들을 만들어서 움켜쥐고 있지 말고,
놓아버리고 살아있는 행복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이 넘치는 하루 되세요.
이 시를 읽고 나면 김상기 회장의 봉사와 함께하는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그에게 봉사는 오늘도 살아 있는 누군가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주는 일이다. 밥을 건네고, 안부를 물으며, 마음을 붙잡아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봉사자 자신도 살아 있음에 대한 행복을 확인하게 된다.
고독사는 우리 사회의 아픈 그림자 중 하나다. 살아 있는 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일은 한 개인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연락이 닿지 않는 한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 50가정의 반찬을 위해 기꺼이 손을 모으는 섬김, 힘들어도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하는 마음이야말로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작지만, 거대한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봉사 현장에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해온 김상기 회장의 삶은 어떤 거창한 구호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평생을 봉사와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는 그의 말은 이렇게 들린다.
인생의 참된 가치는 혼자의 화려함보다, 함께 살아내는 데에서 빛과 향기를 드러낸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에너지라면, 그 살아 있음의 기쁨은 결국 다른 사람을 살피고 돌볼 때 더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