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추천뉴스2026. 5. 26. 오후 5:47:09

장미의 계절이다

안순모 기자
장미의 계절이다

빨간 장미가 손을 흔들며 오월과 작별하고, 유월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담장을 타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덩굴장미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건네며 초여름의 문턱을 더욱 선명하게 물들인다. 

그 앞을 지나는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누구는 오래전 고향 집 담장 곁에 피어 있던 장미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장미는 단순한 꽃을 넘어, 사람마다 다른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계절의 표정이 된다.

특히, 덩굴장미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한 송이의 화려함 때문만이 아니다. 여러 꽃송이가 함께 어우러져 짙푸른 줄기와 잎을 배경으로 붉은 얼굴을 내밀 때, 그 대비는 더욱더 극적이고 선명한 미적 감흥을 안겨 준다.

초록 위의 붉음, 담장 위로 번지는 생명력, 그리고 바람결에 스치는 은은한 향기는 이 계절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장미는 해마다 다시 피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이 꽃을 바라보며 느끼는 마음은 다시 오지 않는다. 같은 꽃이 피어도 같은 시간은 아니고, 같은 계절이 와도 같은 감정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장미를 바라보는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지나가는 계절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마음 깊이 담아 두는 일은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품격 있는 여유다.

장미의 계절은 꽃이 피는 시간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그 향기로운 마음을 얼마나 멀리까지 퍼뜨릴 수 있는가를 묻는 계절이기도 하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가장 빛나게 기억하는 길은 장미를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환한 기운을 우리 삶의 주변으로 넓혀 가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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