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5. 7. 오후 4:20:25

세종대왕릉 위토답에서 소 몰아 논 고르고, 직접 손모내기

겨릿소 써레질부터 손모내기, 인절미 떡메치기까지 세종의 애민정신과 농경문화를 몸으로 배우는 시간

이도선 기자
세종대왕릉 위토답에서 소 몰아 논 고르고, 직접 손모내기
겨릿소 써레질, 홍천 겨리농경문화보존회 제공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소장 이재원)는 5월 23일 오전 9시부터 세종대왕릉 위토답(경기 여주시)에서 「세종 농사직설: 위토답 모내기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위토답(位土畓)는 제사 또는 이와 관련된 일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된 토지다.

이번 행사는 강원도 무형유산인 「홍천 겨리농경문화」를 전승하고 있는 홍천 겨리농경문화보존회와 협업하여 진행한다. 먼저 두 마리의 소가 끄는 농기구인 써레로 논바닥을 고르는 ‘겨릿소 써레질’ 시연이 펼쳐지며, 참가자들이 직접 소를 몰아볼 이색적인 기회도 제공된다. 이어지는 본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논에 들어가 모를 심는 ‘전통 손모내기’를 통해 우리 농경문화의 진수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참가자들에게는 전통의 멋과 활동성을 살린 전통 생활 민복이 제공되어, 조선 시대 농경문화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모내기를 마친 후에는 인절미 떡메치기, 꽃 화분 만들기 체험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역사는 종종 전시관의 글자와 유리 진열장 안에서 멈춰 서기 쉽다. 왕의 업적은 연표로 정리되고, 백성을 위한 정치 철학은 교과서의 문장으로 남는다. 그러나 어떤 역사는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다. 흙을 밟고, 손으로 모를 심고, 몸으로 옛 삶의 방식을 따라 해 볼 때 비로소 그 시대의 감각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런 점에서 세종대왕릉 위토답에서 열리는 이번 모내기 체험 행사는 단순한 농촌 체험이 아니라, 세종의 애민정신과 조선의 농경문화를 살아 있는 감각으로 다시 만나게 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에 살아 있는 무형유산의 전승 주체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전통 농경이 박제된 재현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생활 문화의 지혜로 전달된다는 것을 체험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문화유산이 살아 있으려면 결국 사람을 통해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구성이 잘 보여준다.

행사의 시작은 두 마리의 소가 끄는 농기구인 써레로 논바닥을 고르는 ‘겨릿소 써레질’ 시연이다. 참가자들은 이 시연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소를 몰아보는 기회도 얻게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에게 논농사는 기계와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겨릿소가 논을 가르며 움직이는 장면은 농사가 원래 사람과 자연, 가축이 함께 호흡하며 이루어지던 노동의 풍경이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기계화 이전의 농경은 느렸지만, 그만큼 생명의 질서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논에 들어가 모를 심는 ‘전통 손모내기’를 체험하게 되는데, 논에 발을 들이고 허리를 굽혀 모를 한 포기씩 심는 일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밥 한 그릇을 얻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손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다. 먹을거리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그 먹을거리가 어디서 왔는지 잊기 쉽다. 이런 점에서 손모내기 체험은 아이들에게는 노동을 배우는 시간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일상의 풍요가 얼마나 많은 수고 위에 놓여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통 생활 민복도 제공된다. 참가자들이 전통의 멋과 활동성을 살린 옷을 입고 논으로 들어가도록 한 것은 단순히 분위기를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옷차림까지 갖추는 순간 체험은 조금 더 현장감을 갖게 되고, 과거의 삶을 상상하는 문턱도 낮아진다. 

세종대왕릉 위토답 모내기 체험 행사에서 모내기하는 참가자들(2025.6.)

 

문화유산에 관한 체험이 깊어지려면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간과 몸, 감각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번 모내기 행사는 이런 점에서 ‘설명 중심 체험’보다 ‘몰입형 체험’에 더 가깝다.

모내기 뒤에는 인절미 떡메치기, 꽃 화분 만들기 같은 연계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특히, 가족 단위 참가자를 고려한 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문화유산은 종종 어렵고 엄숙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더 오래 남는 경험은 가족이 함께 웃고 움직이며 기억을 나누는 자리에서 생기기 쉽다. 

떡메를 치고, 화분을 만들고, 논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세종대왕릉이라는 역사 공간을 단지 ‘보는 장소’가 아니라 ‘함께 머무는 장소’로 바꾼다. 이번 행사의 배경에는 세종이라는 인물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도 자리하고 있다. 세종은 한글 창제의 군주로 가장 널리 기억되지만, 동시에 백성의 삶을 살피고 농업과 민생을 중시했던 임금이기도 하다. 

「농사직설」이 상징하듯, 농사는 조선 사회의 기반이었고 백성의 삶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세종대왕릉 위토답(位土畓)에서 모내기를 한다는 것은 단지 옛 농사법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세종의 정치가 결국 누구를 향해 있었는지를 몸으로 다시 묻는 경험이기도 하다. 애민정신은 추상적 미덕이 아니라, 백성의 먹고사는 문제를 실제로 살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이 공간에서 더 선명해진다. 

신청 대상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며, 가족당 최대 2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사전 신청은 5월 8일 오전 10시부터 5월 11일 오후 6시까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 / 행사마당-문화행사)을 통해 가능하고, 추첨으로 최종 참가자 30가족, 최대 60명을 선정한다. 결과는 5월 12일 오후 2시에 개별 공지될 예정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제한된 참여 방식은 체험의 밀도와 안전,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https://www.instagram.com/sejong_0515/, ☎031-885-3123)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위토답에서 전통 농경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연과 역사가 함께 숨 쉬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위토답 모내기 행사와 같이 역사는 멀리 있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몸과 감각으로 다시 이해될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재와 연결된다. 세종의 애민정신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훌륭한 왕의 미담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삶과 농사의 가치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겼는가를 되새길 때 더 생생해진다. 

논을 고르고 모를 심는 이 작은 체험은 그래서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에게는 문화유산을 살아 있는 경험으로 기억하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자연과 노동, 역사와 삶이 본래 얼마나 가까운 것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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