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6. 16. 오후 5:37:05

숲속에서 배운 길 찾기와 협력, 서대문구 오리엔티어링대회 마무리

자연 속 도전과 협력의 성장 경험, 앞으로도 확대할 것 지도와 지형 읽으며 체크포인트 탐색, 청소년 참여형 체험활동으로 주목

이도선 기자
숲속에서 배운 길 찾기와 협력, 서대문구 오리엔티어링대회 마무리
2026년 서대문구 오리엔티어링대회 참가 청소년과 운영진, 대학생 봉사자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재울청소년센터(서울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103)는 지난 5월 30일 연희숲속쉼터에서 ‘2026년 서대문구 오리엔티어링대회’ 본선 대회를 열고 약 두 달간 운영된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는 디지털 환경 확산과 청소년 미디어 이용 증가로 야외 신체활동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여가 활동과 자연 친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청소년의 하루는 점점 더 실내로 수렴한다. 화면은 커지고, 손가락의 움직임은 빨라졌지만, 몸 전체로 세상을 읽는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길을 찾는 일조차 내비게이션이 대신하는 시대에, 지도와 나침반을 손에 쥐고 숲속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경험은 단순한 체험활동을 넘어선다. 

그것은 방향 감각을 배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협력과 판단, 도전과 성취를 몸으로 익히는 성장의 시간이다. 가재울청소년센터가 연희숲속쉼터에서 개최한 ‘2026년 서대문구 오리엔티어링대회’는 바로 그런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 준 현장이었다.

가재울청소년센터는 ‘2025년 서대문구 청소년 생활실태 및 요구조사’ 결과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참여하고 싶어 하는 활동으로 신체활동을 높은 비율로 꼽은 점을 반영했다.

다시 말해 이번 대회는 단순히 기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소년의 실제 요구를 바탕으로 설계된 참여형 활동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청소년 정책과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무엇이 좋을 것인가”보다 “청소년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대회에는 서대문구 지역아동센터연합회 소속 8개 기관, 23개 팀, 총 107명이 참가했다. 예선전을 거쳐 18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했고, 이 가운데 최종 10개 팀이 결승에 올라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겨뤘다. 대회 결과 대상 1팀, 최우수상 1팀, 우수상 1팀이 선정됐으며, 가장 많은 청소년이 참여한 기관에는 공로상이 수여됐다.

하지만,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의 진짜 가치는 순위표에만 있지 않다. 이 종목은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경기가 아니라, 지도를 읽고 지형을 파악하며 체크포인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판단력과 집중력, 협동 능력을 함께 요구하는 활동이다. 

참가 청소년들은 숲속에서 주어진 정보를 해석하고, 동선을 짜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했다. 이는 정답이 미리 주어진 활동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팀 안에서 결정하며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살아 있는 배움의 장이 되었다.

참가 청소년들이 출발 신호에 맞춰 오리엔티어링 코스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특히, 팀 단위 활동이라는 점이 이번 대회의 교육적 의미를 더 키웠다. 오리엔티어링은 혼자 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지도를 읽고, 누군가는 방향을 잡고, 누군가는 체력을 안배하며 팀 분위기를 이끈다. 역할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의사결정을 내려야 비로소 한 팀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익히게 된다. 경쟁을 통해 이기기보다 협력을 통해 도달하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오리엔티어링은 매우 상징적인 활동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를 실제 상황에서 활용해 길을 찾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라는 정보와 자연이라는 현실을 연결하게 만든다. 

청소년은 화면 속 길이 아니라, 실제 지형 속 길을 읽어야 하고, 정해진 답이 아니라 직접 선택한 경로에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이 활동은 단순한 야외 스포츠가 아니라, 판단과 실행의 훈련이 된다.

기관 간 교류가 이뤄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대회는 각 기관 청소년이 자기 팀 안에서만 활동한 것이 아니라, 지역 안의 또래들과 만나고 경쟁하고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청소년들에게 이런 만남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청소년 활동의 힘은 종종 프로그램 내용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관계를 경험하느냐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이번 오리엔티어링대회 역시 서대문구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는 지역 공동체 경험의 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재울청소년센터 이진희 관장은 “이번 오리엔티어링대회는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도전하고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참여 중심 프로그램을 지속해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단발성 행사를 많이 여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얼마나 제공하느냐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고, 친구들과 함께 판단하며, 몸으로 부딪쳐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경험은 교실 안에서는 쉽게 얻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은 청소년기 성장에 꼭 필요한 또 하나의 교육 과정이다.

이번 ‘2026년 서대문구 오리엔티어링대회’는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숲을 달린 하루의 행사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 청소년에게 몸으로 길을 찾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협력과 도전이 왜 여전히 성장의 핵심 언어인지 보여 준 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길은 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07명의 청소년은 바로 그 사실을 숲속에서 몸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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