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5. 14. 오후 5:23:43

‘영원한 사랑’과 ‘자기 향상’을 생각하며

안순모 기자
‘영원한 사랑’과 ‘자기 향상’을 생각하며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눈길을 붙드는 나무가 있다. 초록 잎 사이로 하얀 꽃이 가득 내려앉은 이팝나무다. 공해와 병충해에 비교적 강해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 나무여서,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반갑다. 멀리 산속까지 가지 않아도, 일상의 길목에서 이렇게 환한 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팝나무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과 ‘자기 향상’이라고 한다. 하얀 꽃이 눈송이처럼 나무 전체를 덮은 모습은 마치 순백의 마음처럼 변치 않는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또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라 마침내 꽃을 피워 내는 강인한 생명력은 자신을 다듬고 성장해 가는 자기 향상의 의미와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 꽃 앞에 서면 단지 예쁘다는 감탄을 넘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이팝나무꽃은 보는 이의 마음도 환하게 밝힌다. 초록 잎 위에 하얀 꽃이 수북이 피어난 모습은 마치 늦봄의 나무에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쁜 일상과 답답한 마음속에서도 이런 꽃을 올려다보는 순간,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세상이 너무 거칠고 삭막하게 느껴질수록, 이런 자연의 풍경은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에도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나는 하얗게 핀 꽃이 마치 ‘이밥’, 곧 흰 쌀밥을 닮아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이 꽃이 피는 시기가 여름의 문턱인 입하(立夏) 무렵이어서, ‘입하’에서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설명이다. 어느 쪽이든 이 꽃이 계절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스며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예전 사람들에게 이팝나무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었다. 춘궁기로 배고픔이 깊어지던 때, 쌀밥처럼 하얗게 핀 꽃을 보며 풍년을 기다리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그해 농사가 잘될 것으로 기대했고, 꽃이 부실하면 흉년을 걱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꽃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배고픈 시절, 나무 위에 핀 하얀 꽃이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풍요의 상상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지금의 시대도 마음의 허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물질은 풍족해졌어도 스트레스와 분노, 절망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서 더더욱 꽃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할지 모른다. 꽃 한 송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을 다른 빛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은 있다.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며 행복해지려는 마음, 그것이 어쩌면 거친 세상을 견디게 하는 작지만 소중한 힘일 수 있다. 봄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향하는 이 계절, 하얗게 핀 이팝나무꽃은 우리에게 말없이 위로를 건넨다. 

변치 않는 사랑을 잃지 말라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스스로 더 좋은 쪽으로 키워 가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에도 환한 꽃 한 송이를 피워 보라고 한다. 길가의 이팝나무꽃을 보며 많은 이들이 조금 더 따뜻하고 평안한 마음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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