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5. 14. 오후 4:44:32

국립공주대-책고집의 업무협약, 인문·과학 융합강좌 운영

‘디지털시대-디지털 휴머니즘과 르네상스’ 주제로 6회 강좌 진행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 사업과 연계해 인문사회 융합형 인재 양성 본격화

최대식 기자
국립공주대-책고집의 업무협약, 인문·과학 융합강좌 운영
국립공주대 남수중(좌측에서 세 번째) 교수와 책고집 최준영 이사장(좌측에서 네 번째)

디지털 시대를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기술의 발전 속도부터 떠올린다. 인공지능은 더 빨라지고, 정보는 더 많아지며, 인간의 일상은 점점 더 정교한 기계와 플랫폼에 기대어 움직인다. 그러나 바로 그럴수록 더 절실해지는 질문이 있다. 

인간은 이 거대한 기술 환경 속에서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사고력과 감수성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국립공주대학교(총장 임경호)와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이사장 최준영)이 체결한 이번 업무협약은 단순한 강좌 운영 협력을 넘어,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육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립공주대학교와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시대-디지털 휴머니즘과 르네상스’를 주제로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문강좌를 여섯 차례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지난 12일 국립공주대 백제교육문화관에서 열렸으며, 협약 체결 직후 책고집 최준영 이사장의 특강이 첫 강좌로 진행됐다.

이 업무협약은 대학과 시민 인문공동체가 함께 손잡고, 기술 중심 시대에 인간의 사고력과 가치 판단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를 강좌의 형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공학이나 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와 문화, 경제와 윤리, 정치와 교육의 구조를 함께 바꾸는 변화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교육 역시 하나의 전공 안에 머물 수 없고, 인문학과 과학, 기술과 시민성을 함께 잇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강좌는 바로 그 문제의식을 제도와 실천으로 연결한 사례다.

첫 강좌를 맡은 최준영 이사장은 AI 시대를 맞아 기계와 디지털에 의존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런 때일수록 인간의 사고능력, 특히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능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한 독서와 성실한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독서 권장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시대 교육의 핵심을 짚고 있다. 기계가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남는 경쟁력은 단순 암기나 반복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연결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바로 그 힘을 기르는 가장 오래되고도 본질적인 훈련 방식이다.

이번 강좌가 단순 교양 프로그램을 넘어 제도적 기반을 갖춘 사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공주대 연구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에 참여대학으로 선정됐고,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최대 17억 4,00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번 공동 강좌 역시 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HUSS는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 교육체제를 구축해 디지털 전환과 사회 갈등 같은 미래 변화에 대응할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협약과 강좌는 일회성 특강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인문사회 융합 교육 정책과 연결된 실행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공주대는 이 사업에서 전남대를 주관대학으로 하고, 부산대·광운대·홍익대와 함께 5개 대학 컨소시엄을 이루어 ‘인간과 디지털 경제의 공존’ 분야 융합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디지털 경제를 말하면서도 ‘인간’을 앞세우는 것은 효율과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적 가치, 지속 가능한 삶과 함께 갈 수 있는 디지털 경제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업은 기술 발전에 인간이 적응하는 교육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인간적 가치와 조화시키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국립공주대 HUSS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남수중 교수는 휴머니즘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선도하고, 디지털 휴머니즘과 크리지먼트 가치를 확산하는 ‘패스파인더형 지역 융합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의 국립공주대 책임자이자 HUSS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남수중 교수(인문사회과학대학 경제통상학부 국제통상전공)는 “휴머니즘(humanism, 인문주의)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선도하며 디지털 휴머니즘(Digital Humanism, 기술을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쓰자는 가치)과 크리지먼트(Creagement = Creative + Managemen, 인간이 AI의 결과물을 기획하고, 선별하고, 편집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더 빠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 가치를 확산하는 개척자(Path-Finder)형 지역 융합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과 ‘융합’이라는 두 단어다. 수도권 중심의 기술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대학이 스스로 인문사회와 디지털 경제를 연결하는 인재 양성의 거점이 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 대학의 역할을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미래 산업, 인문적 성찰을 이어 주는 지식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으로도 읽힌다.

올해 강좌는 최준영 이사장의 첫 강연에 이어 인문학자 김경집, 빅히스토리 강사 조현욱, 사회학자 김찬호, 정치철학자 김만권, 물리학자이자 유튜버 김범준 교수 등이 차례로 참여해 다섯 차례 더 이어진다. 

강사진 구성을 보면 이번 강좌가 특정 학문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문학, 사회학, 정치철학, 과학이 함께 배치된 것은 디지털 시대를 단일한 기술 문제로 보지 않겠다는 태도와 같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사회 구조의 변화, 민주주의와 공동체, 과학적 사고와 역사적 시야를 함께 다룰 때 비로소 디지털 전환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강좌가 공주대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ZOOM)으로도 수강 가능하다는 점은 교육의 확장성을 보여 준다.

디지털 시대를 논하는 강좌가 오히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더 넓은 학습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형식과 내용이 맞물린다. 이는 대학 강좌가 더 이상 캠퍼스 안에만 머무는 폐쇄적 구조가 아니라, 지역과 외부 시민사회, 다양한 참여자를 연결하는 열린 학습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디지털 시대의 교육은 기술 사용법을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진정한 과제는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가치 기준으로 활용하며, 어떤 사고력으로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묻는 데 있다. 

그래서 이번 강좌의 의미는 여섯 번의 강연 일정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대학과 시민 인문공동체가 함께 디지털 휴머니즘이라는 과제를 공공의 교육 언어로 풀어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을 다시 깊이 공부해야 한다는 역설을 이번 협약은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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