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추천실시간뉴스2026. 8. 4. 오후 4:52:34

서울 25개 자치구서 도시숲의 열섬 완화 효과 확인

국립산림과학원, ‘3-30-300 규칙’ 적용해 수목가시율·수관피복률과 여름철 지표면 온도 분석 수관피복률 30% 이상 지역에서 평균 온도 낮아, 도시숲, 폭염 대응의 생활권 기반 시설로 주목

최대식 기자
서울 25개 자치구서 도시숲의 열섬 완화 효과 확인
서울 안산에서 바라본 도시숲 경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도시숲과 여름철 지표면 온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생활권 내 도시숲 면적 비율이 높을수록 지표면 온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도시의 더위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건강과 에너지, 생활환경을 좌우하는 도시 문제다. 특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많은 지역은 낮 동안 흡수한 열을 오래 저장하면서 주변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도시열섬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는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냉각 장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생활권에서 나무가 많이 보이고 도시숲이 넓게 덮여 있는 지역일수록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국제 도시숲 평가 기준인 ‘3-30-300 규칙’ 가운데 ‘3’과 ‘30’ 지표가 활용됐다. 3-30-300 규칙은 생활공간에서 나무 3그루 이상을 볼 수 있는 수목가시율(樹木可視率, 사람의 눈에 나무가 얼마나 보이는가?), 도시 면적의 30% 이상을 나무의 수관(樹冠, 나무의 잎과 가지가 펼쳐진 윗부분)이 덮는 수관피복률(樹冠被覆率, 하늘에서 보았을 때 나무가 땅을 얼마나 덮고 있는가?), 거주지 300m 이내에서 공공녹지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이 가운데 수목가시율과 수관피복률을 적용해 서울 자치구별 여름철 지표면 온도와의 관계를 분석했다. 국제 도시숲 평가 기준을 활용해 도시숲의 폭염 완화 효과를 분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도시숲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공원 몇 곳을 크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시민이 집과 직장, 학교 주변에서 실제로 나무를 볼 수 있는지, 거리와 생활공간 위를 나무의 수관이 얼마나 넓게 덮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청의 도시숲 공간정보와 랜샛(Landsat, 지구관측 인공위성 프로그램) 위성 영상을 활용해 서울시 자치구별 도시숲 지표와 여름철 평균 지표면 온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수목가시율이 높은 자치구일수록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낮게 나타났다.

특히, 도시숲 수관피복률이 30% 이상인 자치구는 30%에 미치지 못한 지역보다 평균 지표면 온도가 낮았다. 수관피복률이 높아질수록 온도 차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도시의 녹지를 단순히 면적으로만 평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같은 규모의 녹지라도 나무가 얼마나 촘촘하게 공간을 덮고 있는지에 따라 실제 냉각 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나무의 열섬 완화 효과를 크게 두 가지 작용으로 설명했다. 첫째는 그늘이다. 나무의 잎과 가지가 햇빛을 가리면 도로와 건축물 표면에 직접 도달하는 태양복사열(太陽輻射熱, 태양에서 나온 에너지가 빛과 같은 전자기파의 형태로 지구에 전달되어 물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에너지)이 줄어든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열 자체를 줄이는 효과다.

둘째는 잎의 증산작용이다. 나무는 뿌리로 흡수한 물을 잎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한다. 자연적인 냉각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나무는 햇빛을 차단하는 ‘그늘막’이면서 동시에 주변의 열을 낮추는 ‘자연 냉각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보행자가 많이 이용하는 생활권에서 중요하다. 같은 기온이라도 직사광선을 받는 공간과 나무 그늘에서 사람이 체감하는 더위는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도시숲을 바라보는 기준의 변화다. 과거 도시의 나무와 공원은 주로 경관 개선과 휴식, 여가의 관점에서 다뤄졌다. 그러나 폭염이 일상적인 도시 위험으로 자리 잡으면서 도시숲은 기후 적응을 위한 기반 시설의 성격을 함께 갖게 됐다.

 

도시숲의 혜택을 즐기는 시민들

 

도로에는 배수시설이 필요하고, 건물에는 냉난방시설이 필요하듯 폭염이 심한 도시에는 열을 낮출 수 있는 녹색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공원을 새로 조성하기 어려운 고밀도 도심에서는 가로수와 학교숲, 자투리 녹지, 소규모 생활권 숲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큰 숲 한 곳을 만드는 것보다 시민이 매일 이동하는 길과 주거지 주변에 나무를 고르게 배치하는 것이 실제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더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제선미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가 대규모 도시숲뿐 아니라, 나무 한 그루와 작은 숲도 폭염 대응 효과를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 준다”라며, “생활권 도시숲의 수관피복률을 높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숲을 확대하는 데 연구 결과가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도시 전체의 녹지율이 높더라도 일부 지역에 숲이 집중돼 있다면 모든 시민이 같은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특히, 고령자와 어린이, 야외근로자처럼 폭염에 취약한 계층이 많이 생활하는 지역에 충분한 나무와 그늘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도시숲 확대는 생태정책인 동시에 건강정책이며, 지역 간 환경 격차를 줄이는 복지정책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도시숲 정책이 실질적인 폭염 대책으로 기능하려면 수관피복률을 도시계획과 보다 긴밀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신규 개발지역에서는 처음부터 충분한 수목 공간을 확보하고, 기존 도심에서는 주차장과 보도, 공공시설 주변 등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단순 식재 수량보다 나무가 성장한 뒤 실제로 얼마나 넓은 그늘을 만들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어린나무를 많이 심더라도 생육 공간이 부족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장기적인 냉각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수종 선택과 토양, 뿌리 공간, 물 공급, 유지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도시숲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이것이 나무를 심는 사업에서 나무가 살아남고 충분히 자라도록 관리하는 정책으로 관점이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나무가 많은 곳이 더 시원하다’라는 직관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연구의 더 중요한 메시지는 도시의 열을 낮추는 일이 거대한 기술만의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생활권에서 바라볼 수 있는 몇 그루의 나무, 길을 걸을 때 머리 위를 덮어 주는 수관, 집에서 가까운 작은 숲도 도시의 열환경을 바꾸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폭염 시대의 도시 경쟁력은 높은 건물과 넓은 도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이 가장 더운 시간에도 걸을 수 있는 거리, 아이와 노인이 잠시 쉴 수 있는 그늘, 집 가까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숲이 얼마나 확보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도시숲은 ‘도시에 남겨 둔 자연’이 아니라, 도시가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생활 기반 시설이다. 나무가 많을수록 도시가 시원해진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도시계획에서 녹지를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다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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