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은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도봉숲속마을에서 ‘2026 기후과학클래스 4기: 하늘에서 답을 찾다’ 해커톤 캠프를 진행했다. 이번 캠프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중·고등학생 100명이 참여해 인공위성과 로켓, 드론 등 항공우주 기술을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대형 산불, 탄소 배출, 생태계 복원 문제는 과학과 공학, 데이터,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해결할 수 있는 복합과제가 됐다.
이런 점에서 항공우주 기술은 새로운 기후 대응 수단으로 주목된다. 위성은 지구 곳곳의 변화를 지속해 관찰할 수 있고,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빠르게 투입될 수 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환경문제와 연결하고, 어떻게 현실적인 해법으로 설계하느냐에 있다.
참가 학생들은 ‘2050년 연합정부에 기후위기 돌파 작전안을 제안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 속에서 미래 개척자인 ‘호라이즌 패스파인더(Horizon Pathfinder)’가 돼 팀별 해결책을 설계했다.
단순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선택하며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프로젝트형 교육으로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기후교육의 효과는 위기의 심각성을 얼마나 많이 전달하는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 기술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 “다른 부작용은 없는가?”를 질문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번 해커톤은 청소년을 기후문제의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니라, 해결안을 설계하는 주체로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캠프에는 환경과 우주, 항공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국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 시스템을 설명했고, 진진 슈(Jinjin Xu) 보잉 글로벌 지속가능성 참여 및 파트너십 부문 중국 총괄은 항공산업의 탄소중립 과제와 항공우주 기반 기후 기술 사례를 소개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우주 엔지니어링의 기본 원리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짚었다. 한국항공대학교 학생들도 멘토로 참여해 각 팀이 제안한 기술의 잠재적 부작용과 현실성을 함께 검토했다.
이 과정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단순한 상상에 머물지 않게 하는 데에 중요하다. 기후기술은 환경적 효과만 좋아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비용과 안전, 생태계에 미치는 예상하지 못한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 날에는 총 17개 팀이 2박 3일 동안 개발한 기후기술 솔루션을 발표했다. 심사는 창의성과 관점 전환, 기후환경 기여도, 데이터 및 과학적 타당성, 논리적 일관성과 구체성, 표현과 스토리텔링 등을 기준으로 진행했다.
대상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은 7팀 ‘우리지구온도낮춰조’가 차지했다. 이 팀은 인공위성을 활용해 바다의 영양분 부족 지역을 진단하고, 고래 분변을 모사한 물질을 투하해 해양생태계를 복원하면서 탄소 감소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래의 분변과 같은 자연 생태계의 물질순환 현상을 기술적으로 모사하고, 이를 위성 관측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자연과 첨단기술을 함께 바라본 접근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반드시 자연을 대체하는 거대한 기술을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 준다. 자연이 원래 작동해 온 방식을 이해하고 기술로 보완하는 ‘자연 기반 해법’과 첨단 관측 기술의 결합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이 팀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퇴적량을 예측하고, 필요한 지역에 드론으로 퇴적물을 운송하는 방식의 맹그로브 보전 체계를 제안했다.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을 단순 식재 문제가 아니라, 지형 변화와 퇴적환경의 문제로 바라보고, 데이터 분석과 드론 운송을 결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수상을 받은 3팀 ‘환경꿈돌이’는 SAR 위성 데이터를 CNN 기반으로 분석해 산불 위험 지역을 탐지하고, 드론 캡슐을 이용해 정밀하게 진화하는 ‘RE:SPOT’을 제안했다.
산불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다. 위성의 넓은 관측 범위와 드론의 현장 접근성을 결합한 이 아이디어는 항공우주 기술이 재난 대응 체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번 심사에서 창의성뿐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타당성, 논리적 일관성을 함께 평가한 점도 눈에 띈다. 기후위기 분야에서는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곧 좋은 해법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에너지와 비용은 얼마나 필요한지, 특정 기술이 또 다른 환경문제를 만들 가능성은 없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양에 특정 물질을 투입하는 방식은 생태계에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산불 진화 드론 역시 비행 안정성과 소화 효과, 운영범위 등 기술적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멘토들과 함께 잠재적 부작용까지 검토했다는 점은 과학기술을 무조건적인 해결책으로 바라보지 않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태도까지도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보인다.
대상을 받은 강원과학고등학교 원재인 학생은 막연하게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항공우주 등 전문적인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 학생에게 위기의식은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무력감과 불안을 키울 수도 있다. 반대로 데이터를 보고 기술을 분석하며 직접 해결방안을 설계하도록 하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후교육의 목적은 낙관론을 가르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과학적으로 쪼개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하며, 실패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환경재단은 기후위기가 지상에서만 해법을 찾기 어려운 복합적 과제이며, 우주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우주기술은 달과 행성 탐사처럼 주로 지구 밖으로 나가는 기술로 인식됐다. 그러나 오늘날 위성기술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오히려 지구를 더 정확하게 관찰하는 데 있다.
산림 변화와 해수면, 대기오염, 온도, 빙하와 산불 등을 넓은 범위에서 지속해 관측하면 지상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항공우주 기술은 ‘지구를 떠나는 기술’인 동시에 ‘지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기술’인 셈이다.
청소년이 이런 관점을 이해한다면 우주공학 역시 로켓과 탐사선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후, 재난, 농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는 융합학문으로 바라볼 수 있다.
심사위원단은 참가자들이 환경과 항공, 우주 기술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기후위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역량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래 기후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과도 연결된다.
위성 데이터를 다루려면 데이터과학이 필요하고, 드론을 설계하려면 공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을 관측하고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려면 기후과학과 생태학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 사회에 적용하려면 경제성과 정책, 윤리와 시민 수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분야의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처럼 복잡한 문제는 한 명의 천재보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할 때 해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환경재단과 보잉코리아는 2008년부터 청소년 그린리더 양성을 위한 기후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2026년 기준 누적 참가자는 총 4,856명이다. 장기간 이어진 프로그램이지만 계속하여 의미를 더해나가려면 참가 인원의 확대뿐 아니라, 학생들이 이후 어떤 학업과 진로를 선택하고, 환경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회성 캠프가 진로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후 연구와 교육, 멘토링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연결이다. 기후과학 교육이 과학경진대회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연구자와 엔지니어, 정책가와 시민 리더를 키우는 과정이 되려면 후속 네트워크와 성장경로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캠프에서 나온 고래 분변 모사 기술, 맹그로브 보전 드론, 산불 대응 위성 시스템은 청소년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당장 현실의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완성된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기후위기를 막연한 재난으로 바라보지 않고, 관측하고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 하나만이 아니다. 자연과 데이터를 함께 보고,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생각하며,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성장하는가에도 달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해커톤의 가장 큰 성과는 17개의 해결책보다, 100명의 청소년이 “기후위기에 대해 내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직접 시작했다는 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