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의 글로벌 해양 환경 연합체인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GAA, Global Adopt-a-Beach Alliance)’는 지난 5월 30일 낙동강 하구 을숙도 에코센터에서 공식 발대식을 연 데 이어, 31일 제31회 바다의 날을 맞아 영도 중리해변에서 첫 글로벌 공동 행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활동은 단순한 해변 정화 캠페인을 넘어, 해양폐기물 정화 과정을 전면적으로 데이터화하는 ‘환경 데이터 마이닝(Environmental Data Mining)’ 모델을 실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오랫동안 치우는 일로 이해됐다. 누군가 해변에 나가 쓰레기를 줍고, 자루를 채우고, 트럭이 그것을 실어 가는 장면이 해양 보전을 위해 하는 일들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물론, 그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해양오염의 시대에 단순 수거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이 얼마나, 어디서, 어떤 조건에서 쌓였는지를 정밀하게 기록하지 못하면 문제는 반복되고 대응은 늘 뒤늦어진다.
그래서 이제 바다를 지키는 일은 쓰레기를 줍는 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남기는 눈의 문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GAA)’가 부산 영도 중리 해변에서 선보인 첫 번째 공동 행동은 바로 그 전환의 장면이었다.
이번 캠페인의 이름은 ‘부산 바다, 모두의 바다로(From Busan, to Our Ocean)’였다. 이름은 부드럽지만,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바다는 모두의 것이지만, 그 오염은 늘 누군가의 책임 밖으로 밀려나기 쉽다.
이런 현실 속에서 GAA는 관찰에 머물렀던 기존의 해양 환경 데이터를 넘어, 시민과학자들이 해변을 기록하고 정화하는 전 과정을 디지털로 아카이빙함으로써 데이터의 가치를 새롭게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단순히 “해변이 더럽다”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오염의 양상과 맥락, 수거의 과정과 결과를 남겨 다음 행동의 근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31일 영도 중리 해변에서 진행된 첫 액션에는 부산시 관계자, 반려해변 코디네이터, 입양단체, 청년 리더, 일반 시민 등 모두 7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400미터에 이르는 자갈·암반 구간을 샅샅이 훑으며 자갈 틈새에 숨어 있던 스티로폼 파편과 생활 쓰레기 등을 수거했다. 그 결과 총 650점, 약 85킬로그램의 해양폐기물을 모았다.
숫자만 보면 이것은 하나의 해변 정화 실적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이 특별한 이유는 수거량 자체보다, 그 수거를 어떻게 기록하고 검증했는가에 있다. GAA는 수거된 폐기물을 미국해양대기청(NOAA) 표준 측정법에 따라 1그램 단위까지 계량하고, 국제 해안정화(ICC) 19종 성상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무게 기준으로는 목재가 18.0킬로그램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비닐봉투 16.3킬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개수 기준으로는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파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차이는 중요한 함의를 남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쓰레기만이 환경에 더 큰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벼워도 수가 많은 파편류는 더 넓게 퍼지고, 더 오래 남고, 더 작은 생태계 단위까지 침투할 수 있다. 바다를 읽는 눈은 단순 총량이 아니라, 오염의 성격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이번 현장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 검증 장치도 적용됐다. GAA는 데이터 신뢰도를 86퍼센트까지 높이기 위해 앱 기록, 저울 사진, 현장 사진, 음성 기록, 참가자 인터뷰를 결합한 ‘5신호 교차검증’을 시행했다.
여기에 국내 시민과학 데이터 15만 건을 학습한 해양쓰레기 특화 AI 모델 ‘비치스캐너’를 도입해 성상을 자동 인식했다. 활동 당시의 수온 19.2도, 파고 0.2미터와 같은 해양 환경 데이터까지 함께 기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장면은 해양보전 활동이 어디까지 진화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예전의 해변 정화가 쓰레기를 줍고 무게를 재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현장의 정화가 곧 데이터 생산이 되고, 그 데이터는 다시 국제 보고서와 정책 설계, 비교 분석의 기초자료가 된다.
이것은 환경운동이 감성적 호소에만 기대지 않고 과학적 축적과 디지털 검증을 결합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점에서 GAA가 말하는 ‘환경 데이터 마이닝’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화 활동 자체를 하나의 지식 생산 과정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데이터가 닫힌 자료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GAA는 이번에 생산된 고정밀 데이터를 CC BY-NC(출처 표기와 비영리 이용을 전제로 한 표시) 4.0 라이선스로 전량 개방해 국제 표준 보고서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대한민국 해변 데이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공유의 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환경 활동의 수준을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일인 동시에, 지역에서 생산된 시민과학 데이터가 국제 공공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작은 해변의 기록이 세계 해양문제 해결의 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환경운동의 지평을 한층 넓힌다.
GAA는 사단법인 이타서울(한유사랑 공동대표), 생태문화교육 허브봄(박성배 센터장), 오션케어(정재용 운영위원회 의장), 꿈마을학교(서종숙 부의장) 등 9개 환경 거점 단체가 K-반려해변의 글로벌 확산을 목표로 결성한 연합체다.
박성배 센터장, 정재용 운영위원회 의장, 서종숙 부의장이 조직을 이끌고, 기술 및 환경 데이터 부문은 사단법인 이타서울의 한유사랑 공동대표가 전방위로 지원하며 플랫폼의 글로벌 표준화를 돕고 있다.
이는 이번 활동이 단순한 지역 행사나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한국형 해양보전 모델을 국제적으로 번역하려는 연합적 프로젝트라는 것을 보여 준다.
현장에서 드러난 ‘환경 디테일’도 이번 활동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 GAA는 일회성 현수막의 인쇄와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까지 줄이기 위해, 아무 글자나 디자인이 없는 천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 행사 문구를 디지털로 합성해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선택은 환경 캠페인이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자기 점검의 태도를 담고 있다. 말로만 지속 가능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행사 운영의 세부 방식까지 되묻는 자세야말로 민간 연합체다운 감각이라고 할 만하다.
GAA는 을숙도 에코센터 발대식과 영도 중리 해변에서의 첫 공동 행동이 K-반려해변이 세계로 나아가는 역사적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창립 단체들의 연대와 데이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경 없는 해양 문제를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영도 중리 해변의 첫 액션이 보여 준 것은 단지 해양폐기물 85킬로그램을 치웠다는 성과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화 활동을 과학적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을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바다를 구하는 일은 이제 쓰레기를 줍는 손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데이터를 읽고, 검증하고, 축적하고, 다시 행동으로 되돌리는 순환의 문제다. GAA의 첫걸음은 그 순환을 부산에서 시작했다. 바다를 살리는 일이 곧 데이터를 남기는 일이 되는 시대, 영도의 자갈 틈에서 주워 올린 것은 단지 쓰레기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양보전의 새로운 문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