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늘 육지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나무가 있어야 숲이고, 숲이 있어야 탄소를 흡수한다고 배워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시대에 탄소를 붙잡고 생태계를 살리는 숲은 바다에도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해양식물은 바닷속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어린 물고기와 다양한 생물의 삶터를 만들며, 무너진 생태계를 다시 일으키는 기반이 된다.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공개한 가로림만 바다숲 조성 성과는 바로 이 전환의 흐름을 잘 보여 준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더 이상 해변을 치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바닷속에도 숲을 심고, 탄소흡수원과 생물 서식처를 함께 복원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재단은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코오롱인더스트리,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추진한 ‘바다숲 조성 사업’의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충남 서산시 대산읍 가로림만 일대에 잘피 1만 주를 이식하고, 약 500제곱미터 규모의 이식지를 조성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해양 정화 캠페인이 아니라, 탄소를 흡수·저장하고 해양 생물의 서식 기반을 형성하는 해양식물인 잘피를 이식해 해양 생태계 복원과 탄소흡수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블루카본 프로젝트다. 환경재단과 코오롱인더스트리,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4월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여기서 핵심은 ‘잘피’다. 잘피는 바닷속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해양식물로,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육지 숲이 토양과 뿌리, 나무의 몸체에 탄소를 저장하듯, 잘피 역시 바닷속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한다.
동시에 다양한 어패류와 해양생물에게 산란장과 은신처를 제공하며, 해양 생태계의 기반을 만든다. 그래서 잘피를 심는다는 것은 단순히 식물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바다의 탄소 저장 능력과 생태적 회복력을 함께 키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 대상지인 가로림만 해역은 기존에도 바다숲이 조성된 지역이며, 코오롱인더스트리 대산 사업장과 인접해 있다. 이번 사업은 바로 이 지역에 추가 식재를 진행해 바다숲 면적을 넓히고 해양 생태계 복원을 더욱 촘촘하게 이어 가기 위해 추진됐다.
이는 한 번의 식재로 끝나는 상징적 사업이라기보다, 이미 형성된 복원 기반을 확장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태계 복원은 이벤트처럼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회복의 기반을 이어 붙이고 넓혀 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힘을 얻는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번 식재에 특허 기술인 점토한지 기법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황토 점토와 친환경 한지로 잘피의 뿌리를 감싸 고정함으로써, 거센 조류에도 잘피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다에 식물을 심는 일은 육지에서 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 까다롭다.
파도와 조류, 지반 조건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식재한 개체가 쉽게 떠내려가거나 정착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점토한지 기법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생태 복원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기술적 장치다.
지난 4월 22일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환경재단, 한국수산자원공단 임직원, 어촌계 주민 등 50여 명이 참여해 잘피 이식체 1,000주를 제작하여 식재 활동을 진행했으며, 인근 해안 정화 활동을 통해 해양 폐기물 176킬로그램도 수거했다.
이 장면이 주는 의미는 해양 생태계 복원이 전문가의 영역으로만이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 환경단체,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실천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흔히 거대한 정책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작은 협력의 구조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누가 비용을 대고, 누가 기술을 제공하며, 누가 지역과 연결되고, 누가 실제로 손을 보태는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복원 사업은 지속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번 가로림만 사례는 민·관·NGO 협력이 해양 생태계 보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 사례에 가깝다.
이번 사업의 성과를 숫자로만 보면 잘피 1만 주, 500제곱미터의 바다숲, 해양 폐기물 176킬로그램 수거라는 결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바다를 기후위기 대응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공간으로 다시 보고 있다는 점, 탄소흡수원을 육지에서만 찾지 않고 해양식물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업의 환경 활동이 단순 후원에 머물지 않고 실제 복원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로림만 바다숲 조성 사업은 바다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바다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할 곳일 뿐 아니라, 다시 심고 돌보고 회복시켜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숲이 육지의 미래를 지키듯, 잘피 군락은 바다의 미래를 지킨다.
그래서 이번 성과 공개는 단순한 사업 보고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해양생태계 복원을 어떤 언어와 방식으로 실천할 것인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도 숲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실제 행동의 문장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