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추천뉴스2026. 5. 8. 오후 10:27:10

이른 아침 창덕궁에서 비움의 산책 특별 개방

궁궐의 여백, 창덕궁 후원 서향각·영화당·애련정 특별 개방 무언자적, 왕의 아침 정원을 거닐다(5.14.~17.), 선착순 신청(5.8. 오후 2시~)

안순모 기자
이른 아침 창덕궁에서 비움의 산책 특별 개방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소장 오택근)는 오는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이른 아침 창덕궁 후원을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 「무언자적(無言自適), 왕의 아침 정원을 거닐다」를 운영한다.

창덕궁 후원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궁궐을 ‘많이 아는 관람’이 아니라, ‘조용히 마주하는 경험’으로 다시 열어 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일반 관람이 시작되기 전, 아직 사람의 말소리보다 숲의 기척이 더 크게 들리는 시간에 후원을 걷도록 기획했다. 

국가유산청은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숲과 정적이 깃든 전각 사이를 거닐며 고요한 궁궐의 여백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궁궐을 가장 한적한 시간에 연다는 것 자체가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문화유산을 보는 시간을 앞당긴 것이 아니라, 궁궐을 느끼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평소 출입이 제한된 주합루 권역의 서향각이 개방된다. 영화당과 애련정 내부도 함께 열려,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궁궐 공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평소에는 멀리서 바라보는 데 그치던 공간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히 이른 아침 특별관람을 넘어, 창덕궁 후원의 깊이를 조금 더 안쪽에서 느낄 기회가 된다. 

이는 문화유산 관람이 ‘지정된 동선 따라 지나가기’에 머물지 않고, 공간의 분위기와 구조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이 더 특별한 이유는 운영 방식에 있다. 「무언자적」은 별도의 해설 없이 진행되는 ‘비움의 관람’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언자적(無言自適), 왕의 아침 정원을 거닐다’(2025.8.)

 

안내자의 설명이나 집단적 이동 흐름에 맞추기보다, 참가자가 각자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머무르며 감각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설명을 덜어낸 자리를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채우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궁궐 관람에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거기서 한 걸음 물러나 ‘느끼는 것’ 또한 문화유산 향유의 한 방식임을 조용히 제안한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다섯 가지 시선을 따라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숲길 위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과 생명의 기운, 연못과 물길을 따라 흐르는 잔잔한 물의 울림, 정자와 건축이 만들어 내는 차경과 공간의 여백, 왕의 정원에 담긴 유교적 이상과 왕도사상, 그리고 문화유산을 지켜 온 사람들의 시간과 정성까지가 그것이다. 이는 이번 프로그램이 단순히 ‘조용히 걷는 산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줄이는 대신 관람자가 스스로 더 깊은 의미를 읽어 내도록 설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부용지와 애련지 주변에는 개별 의자가 마련돼, 관람객이 잠시 머물며 사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장치는 작아 보여도 중요하다. 빠르게 둘러보고 이동하는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한자리에 앉아 풍경과 침묵을 오래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이 사진 몇 장으로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라도 사람의 마음을 낮추고 머물게 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여기서 열린다. 

참여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이며, 회당 25명까지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관람료는 1만 원이다. 예약은 5월 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며, 창덕궁 공식 예약 안내는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각과 인원, 방식이 모두 제한적인 것은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도 맞닿아 있다. 많은 사람을 빠르게 들이는 방식보다, 적은 인원이 고요를 해치지 않으며 후원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설명과 더 빠른 정보에 익숙해졌지만, 정작 자신을 비우고 공간의 결을 천천히 느끼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창덕궁의 이른 아침을 여는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유산을 ‘많이 배워야 하는 장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장소’로 다시 제안한다. 그래서 이 행사는 특별관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궁궐의 아침을 본다는 것은 분주한 삶에서 잠시 말을 덜고 감각을 더하는 시간을 갖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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