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순, 산과 들은 온통 녹음으로 짙어 간다. 길섶과 풀밭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피어나고, 그 사이로 개망초가 무리 지어 하얗게 번진다. 한 송이로는 작고 소박하지만, 군락을 이루면 들판 전체를 밝힌다. 화려하지 않지만 질기고, 주목받지 못하지만 넓게 퍼지는 그 모습은 어딘가 민중의 얼굴을 닮았다.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이 계절, 국민은 다시 정치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기대보다 답답함이 더 많이 담겨 있다. 민생은 어렵고, 갈등은 깊어지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민은 싸움의 정치가 아니라, 삶을 돌보는 정치를 기다린다.
정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는 권력을 얻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공적 책임이어야 한다.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하고, 약속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정치인은 말로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좋은 정치는 먼저 공정해야 한다. 국민은 완벽한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노력한 사람이 억울하지 않고, 규칙을 지킨 사람이 손해 보지 않으며, 권력과 인맥이 법 위에 서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공정이 무너지면 희망도 무너진다. 공정이 바로 설 때 국민은 다시 성실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정치는 책임져야 한다. 잘못된 정책에는 설명이 있어야 하고, 실패한 결정에는 수정이 따라야 한다. 책임 없는 말, 지켜지지 않는 약속, 반복되는 변명은 국민을 지치게 한다. 국민이 기다리는 정치는 무오류의 정치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정치다.
정치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강한 사람의 목소리는 언제나 크게 들린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한 곳은 오히려 낮은 자리다.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돌봄이 필요한 사람, 소외된 주민, 청년과 노인, 미래 세대까지 모두 정치가 살펴야 한다. 정치의 품격은 가장 힘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언제나 이해관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문제는 갈등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갈등을 부추기느냐, 조정하느냐에 있다. 좋은 정치는 편을 갈라 이익을 얻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과 처지를 공적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공동체의 해법을 찾아내는 정치다.
정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교육, 기후위기, 저출산, 고령화, 지역소멸 같은 문제는 당장의 인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박수받기 어려워도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용기, 그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인공지능이 사회 곳곳을 바꾸는 시대다. 그렇다면 정치도 더 투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이 요구한 공약과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누가 민생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어떤 약속이 지켜지고 어떤 약속이 사라졌는지를 실시간·일간·주간·월간·연간 지수로 보여 줄 수는 없을까.
말의 크기가 아니라, 실천의 정도를, 정쟁의 횟수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성과를 국민 앞에 드러내는 정치가 필요하다. 물론, 정치의 가치를 숫자로만 환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앞에 한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공개적으로 점검하는 일은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는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개망초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가에서도 묵묵히 핀다. 국민도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견디고 이어간다. 이제 정치는 그 국민의 삶에 응답해야 한다. 더 큰 목소리보다 더 깊은 책임이 필요하다. 더 많은 말보다 더 분명한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다리는 정치는 멀리 있지 않다.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하고, 사회를 공정하게 하며, 약자를 보호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다. 지금 국민은 바로 그런 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