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골목길을 지나며 마주한 자목련은 참으로 화려했다. 짙은 자주빛 꽃잎이 나무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강렬했고, 봄 한 철이 품은 진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그 길을 간다면, 그 꽃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꽃의 아름다움은 피어 있는 순간만이 아니라, 머물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목련(紫木蓮)은 말 그대로 ‘자줏빛 목련’이다. 여기서 ‘자(紫)’는 자줏빛, 곧 보라 계열의 깊은 색을 뜻하고, 목련은 흔히 ‘나무의 연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목련만큼 널리 익숙한 꽃은 아닐지라도, 자목련 역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봄꽃이다. 특히, 그 짙고도 고운 색감은 백목련과는 또 다른 매혹을 지녀, 봄의 풍경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목련의 종류가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산목련처럼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종류는 쉽게 보기 어렵지만, 자목련은 도시의 길목과 정원, 골목에서도 봄의 정취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자목련은 멀리 찾아가야 만나는 꽃이 아니라, 일상에서 문득 우리 앞에 봄의 절정을 펼쳐 보이는 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이라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렇게 화려하게 피어 있던 자목련도 바람 한 번, 비 한 번에 꽃잎을 떨구고 만다.
그래서 꽃은 우리에게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시간의 이치도 함께 가르쳐 준다. 가장 찬란한 순간도 지나가고, 가장 눈부신 장면도 머물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그 순간은 더 귀하고, 그 아름다움은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짧은 봄날 자목련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단지 화려한 자태만이 아니라, 피어남과 사라짐까지도 품은 계절의 깊은 울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