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술관과 돌문화공원, 원도심이 83일 동안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 오후 관덕정 광장에서 ‘2026 제5회 제주비엔날레’ 개막식을 열고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20개국 69팀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8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을 비롯한 도내 5개 전시 공간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가 바라보는 것은 관광지로 익숙한 제주가 아니다. ‘유배’, ‘돌문화’, ‘신화’를 세 개의 소주제로 삼아 제주 고유의 문화가 외부의 사람과 문명, 역사적 변화와 만나 어떻게 섞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져 왔는지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시 살펴본다.
개막식에는 위성곤 지사를 비롯해 이케다 요이치 주제주 일본국총영사, 유파 주제주 중국부총영사, 국내외 참여작가와 문화예술계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고,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겸 예술감독의 전시 소개와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홍보대사로는 제주 출신 소통전문가 김창옥과 경기소리꾼 이희문이 참여했다. 최근 옻 작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김창옥의 작품은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의 홍보대사 공간에서 소개된다. 이희문은 비엔날레 주제와 연결된 ‘이야홍’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전시장은 하나의 건물에 머물지 않는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제주아트플랫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레미콘 등 5곳으로 나뉜다. 특히, 돌문화공원과 원도심까지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관람객이 작품뿐 아니라, 제주라는 장소 자체를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개막에 앞서 국내외 주요 인사와 참여작가, 기자단 등 80여 명은 제주도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돌문화공원과 원도심 전시 공간을 둘러봤다. 한국어와 영어 해설을 통해 각 작품의 배경과 장소가 가진 의미도 함께 소개됐다.
이종후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에 대해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섞이고 모여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가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제주라는 지역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속에서도 오랜 시간 외부 세계와 단절돼 있던 공간만은 아니었다. 사람과 문화가 들어오고 나가며 토착문화와 외부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오늘의 제주를 형성해왔다. 이번 비엔날레는 그 변화의 과정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다시 읽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위성곤 지사도 “익숙하게 보아온 제주의 모습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이다”라며, “제주 고유의 문화예술 자산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제주도립미술관 관람료는 성인 8천 원이며 나머지 4개 전시 공간은 무료다. 비엔날레 입장권 소지자는 제주돌문화공원 입장료도 면제된다.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의미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작품을 제주에 모았다는 데만 있지 않다.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돌과 신화, 역사와 원도심 등 제주 자체를 전시의 맥락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 있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는 어떻게 지금의 제주가 되었는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83일간 전시가 남길 중요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