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뉴스뉴스2026. 5. 14. 오후 5:31:28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박시우 작가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사람은 종종 멈추지 못하는 것을 성실함이라고 착각한다. 쉬지 않고 달리고, 어제의 피로를 오늘까지 끌고 오며, 내일의 걱정을 오늘 미리 껴안는 태도를 책임감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삶의 질서는 그런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날마다 멈추고, 쉬고, 비우고, 다시 시작하도록 지음을 받은 존재다. 그런 점에서 낮과 밤의 반복, 잠과 깨어 있음의 순환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을 살게 하는 근본 질서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왜 낮과 밤을 나누시고, 사람이 잠을 자며 쉬도록 하셨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긴장한 채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회복을 통해 다시 새로워져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잠은 흔히 하루의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다음 날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몸은 잠을 통해 회복하고, 지친 신경은 안정을 찾으며, 생명은 쉼을 통해 다시 균형을 회복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피로가 누적되고, 몸의 기능은 무너지며,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쉬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며,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창조 질서에 대한 순응이다. 문제는 육체에서는 이 원리를 알면서도, 정신에서는 이 질서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몸은 눕혀 놓고도 마음은 쉬지 못할 때가 많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붙들고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내일의 무게를 오늘의 가슴 위에 올려놓는다. 그 결과 마음은 제때 회복되지 못하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생각은 흐려지며, 결국 자신에게 큰 해를 끼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마음속에 쌓인 긴장과 분노가 밖으로 향할 때다. 풀리지 못한 불안과 절망은 때로 타인을 향한 공격성으로 번지고, 공동체 전체를 아프게 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날마다 새롭게 하는 일은 단지 개인의 평안을 위한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자연은 이 사실을 끊임없이 가르친다. 계절은 멈춰 있지 않고 바뀐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고, 봄은 여름으로 이어진다. 바다를 보면 파도가 쉼 없이 밀려왔다가 물러가며 모래 위의 흔적을 지운다. 갯벌은 그 물결을 통해 다시 숨을 쉬고 생명력을 얻는다. 

이 모든 움직임은 자연의 섭리((攝理, providence)다. 다시 말해 자연은 그 자체로 우리의 교과서다. 자연은 우리에게 쌓아 두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흘려보내고 비워 내며 다시 살아나는 삶의 원리를 보여 준다.

어제의 흔적을 모두 붙들고 있으려 하면 생명은 무거워지지만, 파도가 모래 위를 쓸어 가듯 지나간 피로와 상처를 시간에 흘려보낼 줄 알 때 삶은 다시 새로운 힘을 얻는다.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태복음 6장 34절)”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이 말씀은 단지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넘어, 인간이 어떤 리듬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삶의 원리다. 

내일의 짐까지 오늘 짊어지지 말라는 뜻이다. 오늘의 아픔은 오늘 안에서 감당하고, 오늘의 수고는 오늘 안에서 마무리하며, 내일은 내일의 은혜와 힘으로 맞으라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날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지혜이고 역량이다.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쥐고 버티는 힘이 아니라, 그것을 흘려보내는 지혜다. 연기처럼 날려버려야 할 것을 가슴속에 붙들고 있으면 마음은 점점 탁해진다. 지나간 일에 대한 분노,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실망을 쌓아 둘수록 인간은 자기 안에서 점점 무너진다. 

그러므로 새롭게 산다는 것은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날마다 마음을 청소하고 비워 내는 일이다. 어제의 피로를 오늘로 끌고 오지 않고, 오늘의 절망을 내일의 얼굴로 만들지 않는 일, 바로 그것이 새로움의 시작이다.

이 새로움은 자기 자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음속 스트레스의 자리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는 마음, 위로하려는 마음, 보호하려는 마음을 채워 넣어야 새로워진다. 비워 낸 자리에 무엇을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분노를 버렸다면 친절을 채워야 하고, 절망을 흘려보냈다면 희망을 붙들어야 하며, 상처를 내려놓았다면 타인을 향한 이해와 연민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새로워짐은 단순한 감정 정리가 아니라 삶의 방향 전환이 된다.

이런 능력이 개인을 넘어 사회로 확장될 때 세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지친 마음을 분노로 내보내지 않고, 사랑과 위로와 보호의 태도로 바꾸어 낼 수 있다면, 그 사회는 훨씬 더 살만한 곳이 된다. 거친 말이 줄어들고, 충돌이 잦아들며,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적 생명력이 자라난다. 

결국 더 좋은 세상은 거대한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날마다 자기 마음을 새롭게 하고, 그 새로움을 타인을 향한 선한 태도로 바꾸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는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다. 그것은 창조 질서에 순응하라는 요청이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가르침이다. 

낮과 밤의 순환처럼, 계절의 변화처럼, 파도가 흔적을 지우고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우리도 날마다 마음을 비우고 회복하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자신도 살고, 타인도 살리며, 사회도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만이 어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오늘을 바로 살며, 내일을 소망 가운데 맞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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