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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소중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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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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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과정에서 금식하다 보면 힘이 없어 젊은 사람들도 영양제 주사를 맞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까지도 이겨나갔다. 워낙에 금식하는 것이 단련되어서 웬만큼 아프거나 굶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간호사부터 한 방에서 치료받는 사람들이 모두 내 의지에 놀라워했다.

 

힘이 없을 것이라며 계단도 오르내리지 못하게 했다. 70세가 넘었고 머리까지 하얀 할머니이니, 혹시 힘이 없어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일부러 운동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렸다. 어느 때는 살그머니 병원을 빠져나와 나와 근처에 있는 학교 마당을 돌기도 했다.

 

정신력이 약해지면 어떤 병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더 강한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이 약해지면 어떤 병도 이기지 못한다. 마음이 강할수록 모든 병을 이길 수 있다. 감기도 무서워하면 죽는다고 한다. 나는 옛날에 이미 유방암을 이긴 적이 있어서 이까짓 것쯤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혼자서 아침 운동을 했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치료에 들어갔다. 한방과 양방으로 통합적인 치료를 받았다. 얼마나 위벽이 굳었는지 등에 침을 놓으면 침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주치의도 침을 놓으며 무척 놀랐다. 간신히 침을 놓으면 등과 가슴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렇게 3주간의 입원을 마치고 일주일에 3일씩 통원치료를 받았다.

 

너무나 힘이 들었다. 이런 과정에서도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환우들끼리 서로 만나면 빨리 건강해서 맛있는 음식 실컷 먹어보자는 것이 인사였다. 이렇게 꾸준하게 치료를 받으며 걷는 운동이라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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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하는 동안에는 죽을 먹어야 했다. 비록 죽을 먹어서 힘은 없었지만, 운동과 독서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치료받는 동안이라도 무의미하게 보내기는 싫었다. 삶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을 실천하는 데에도 충실해지고 싶어서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시간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니, 이 고난도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배고파서 먹고, 먹고 싶어서 먹는 그런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며 매 순간을 소중하게 가꾸는 심정으로 살았다.

밝고 따뜻한 봄날처럼 나에게도 건강하게 활기찬 삶을 사는 날이 찾아오리라는 믿음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나갔다.

 

치료가 잘되어 음식을 먹을 때까지는 모든 음식을 절제해야 했다. 치료단계와 함께 증상에 따라 음식도 맞추어 먹게 했다. 음료, 과일, 육류, 생선, 채소, 모든 것을 치료단계에 맞춰 먹어야 했다. 생선은 튀겨도 안 되고 구워도 안 된다. 무조건 찜으로 먹어야 했다. 여름철에 먹는 상추쌈이 얼마나 맛있겠는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치료 기간이 여름철이었기에 상추쌈. 오이. 풋고추 등을 된장에 찍어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런 것 하나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으니 참으로 고역이었다. 우유도. 요구르트도. 음료수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도토리묵을 먹었다. 그런데 그날로 설사가 나서 축 처지고 말았다.

 

부드러운 음식이기에 먹어도 될 줄 알았는데 바로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외식하게 되었는데 내가 먹을 만한 음식이 없었다. 혹시나 하고 간장게장을 먹었다. 역시나 설사를 하고 말았다. 먹지 말라고 한 것은 먹지 말아야 했는데 먹고 싶은 생각에 지고 말았던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명은 천하보다 귀중하다고 한다. 죽은 사람에게 천하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연이 아름다워 보이고, 음식도 귀하게 여겨지고, 주변의 사람들도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자. 순간 모든 것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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