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9-04-23(화)

멀리서 찾아온 벗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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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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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느 날 저녁 우리 부부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아침까지 이어져 둘이서 별로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침을 먹는 중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일주일 후인 다음 주 월요일 인터넷으로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젊은 벗들이 멀리서 오게 되어서 그 접대 문제 때문이었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 밤에 Skype 전화로 영어공부를 함께하고 있는 사이다. 회원들은 모두 부산, 밀양 등에 흩어져 살고 있어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서로 얼굴도 볼 겸 만나서 친목을 다지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다른 회원들이 경남지역에 살고 있으니 화성에 사는 나만 그리로 가면 쉽게 만남이 해결된다. 그러나 꽉 짜인 일정 때문에 좀처럼 기회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주 공부를 마치고 나서 하는 말이 이번에 그중 세 분이 오프라인 모임을 겸하여 화성으로 1박 2일 여행계획을 잡았다는 것이다. 2주 후인 3월 11일 점심때 수원에 도착하여, 수원화성 구경을 한 후 제부도로 가서 일박 후 다음 날 오후에 돌아가는 계획이라고 한다. 그날은 복지관 합창연습이 있는 날이었지만 하루를 빼먹고 점심때부터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아내에게 손님들과 수원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관광한 후 제부도에 가서 저녁을 먹고, 놀다가 집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수원 구경만 함께하고 제부도는 가지 않았으면 했다. 이유는 팔십이 다 된 노인이 밤에 운전하는 것이 걱정되어 말리는 것이다. 아내는 그런데도 꼭 가야겠냐고 성화다. 나는 그래도 나를 만나려고 멀리 부산에서 1000리 길을 달려온다는데 그 정도 시간은 함께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내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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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의 고집에 화가 나는지 밥을 먹다 말고 자기가 너무 심한지 물어봐야겠다고 아들에게 전화했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훌쩍훌쩍 우는 것이다. 아들에게도 창피하기도 하고, 뭐라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한참 후 전화를 끊기에 아들은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다. 두 분이 조금씩만 양보하시면 좋겠다고 난처해서 하더란다. 하기야 아들이 누구의 편을 들겠는가? 점심때 휴대전화에 문자가 하나 와있다. 열어보니 아내가 보낸 것이다. “여보 미안해요. 아침에 기분을 언짢게 해서요.”

마음이 누그러졌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오후에 복지관에서 집으로 오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집 전화도 휴대전화도 안 받는데 엄마가 어디 가신지 아느냐고 묻는다. 아들은 말은 않았지만, 아침에 엄마가 울면서 전화를 했던 터라, 걱정스러워 몹시 애가 타는 모양이다. 글쎄 어디 간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웬일이지? 나는 아들에게 아침에 엄마가 문자를 보낸 걸 보면 별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좀 불안하기는 했다.

 

다행히 집에 오니 아내가 있었다. 경로당에서 하는 밸런스 체조 강습을 받으러 가느라고 휴대폰을 놓고 나갔다가 왔다는 것이다. 다녀와서 보니 아이들의 전화가 여러 번 왔었던 모양이라고 한다. 아들, 딸이 몇 번씩 전화를 해주고 며느리가 점심을 하자고 졸라대고 오늘은 행복한 날이라고 아내는 흐뭇해했다.

 

며칠 후 손님들은 밀양에서 한 분을 태워서 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각자 봉담으로 2시까지 오기로 계획을 바꾸자고 했다. 마침 그날 오전에 기자단 위촉식과 교육이 있다고 했는데, 나도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잘된 셈이었다. 결국, 봉담읍사무소에서 부산과 밀양에서 출발하여 5시간 정도나 운전을 했다는 손님들과 만났다. 부산에서 오신 분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운전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 속에는 이 만남을 그만큼 기대하며 왔다는 의미가 배어 있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만난 분들이지만, 매주 한 번씩 목소리를 들어온 사이라 금방 친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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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영어 듣기 인터넷방송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던 세라님은 요즈음도 합창단원, 산악자전거 동호회원, 영어여행가이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도 영어공부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케런님은 맛있는 전복 버섯 밥을 만들어 가져오셨다. 역사학 교수님인 남편과는 캠퍼스 연인이었다는 모야님은 수원화성 행궁에 관한 모든 것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함께 수원화성과 박물관도 구경한 다음 AK백화점에서 저녁을 먹은 후 실컷 얘기를 나눴다. 봉담으로 자리를 옮겨 노래방에 가서 재미있는 시간도 보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보니 밤 11시가 넘어서야 헤어졌다. 손님들은 제부도에 예약해둔 숙소로 향했다. 집에 오니 자정이 다 되었는데도 제부도에서 돌아오는 야간 운전을 하지 않아서인지 아내는 밝은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다음 공부시간에는 화성 여행 이야기로 꽃을 피우리라. 동년배도 아니고 성별도 다르지만, 그들은 나의 친구임이 틀림없다. 이런 좋은 만남이 구석구석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앞으로도 영어를 매개로 학구적인 친교를 나누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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