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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식 상팔자와 함께 누리는 두 번째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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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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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지난 세월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다 행복한 것이었다. 어려웠던 일, 기뻤던 일이며 온갖 일들이 뒤섞인 하나의 묶음이 인생이리라. 그 가운데 유독 자식들에 관한 일은 가장 큰 아픔이자, 최고의 기쁨이 아니던가.
 
나는 2남 1녀를 두었다. 장남은 수유리에서 신일중학교를 나와 유한공고에 진학했다. 그런데 고2 때 같은 중학교를 나온 동창 녀석과 함께 가출을 해버렸다. 그때의 좌절과 상실감은 말로다 할 수 없다.
 
그랬던 아들이 돌아왔다. 아비로서 학교에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학교에 다니도록 조치를 했다. 그러나 아들과 그 친구 녀석은 둘 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두 녀석은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예비고사에도 합격했다. 아들의 친구는 국민대학교에 진학했고 내 큰아들은 교사가 되겠다며 인천교육대학교에 진학했다. 점수보다 조금 하향지원을 한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으나 참으로 기뻤다.
 
아뿔싸, 대학진학 후 폐렴으로 3개월이나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대구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수리조합에 다니는 아가씨를 만나서 제대한 다음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착한 며느리를 보게 되어서 매우 기뻤다.
 
아들의 첫 발령은 양평초등학교였다. 학교 관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아들은 손녀를 안겨주었다. 지금, 큰 손녀는 안산시청에 근무하고, 작은 손녀는 제 아버지 뒤를 이어 교사가 되었다. 큰아들도 이제는 내년이면 환갑이다.
 
둘째 아들은 동대문상고를 나와서 사업을 했으나 시원치 않았다. 군에서 제대하여 주유도매상으로 취업하여 승승장구하였다. 그러나 40세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여 내 속을 태웠다. 어느 날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한다면 사진을 보여 주었다.
 
나는 무척 반대했다. 괜한 거부감으로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모른다. 화성시 남양동에서 살고 있는 둘째는 딸 둘을 낳고 화목하게 살고 있다.
둘째 며느리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여 상장과 함께 상금을 무려 500만 원이나 받았다. 베트남 대사까지 축하하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제는 다문화 시대가 아닌가? 박요섭 교수님은 늘 ‘너’와 더불어 ‘나’를 강조하신다. 나는 요즘 지난날 며느리와 나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차별하려 했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반성한다.
 
만약 그때 박요섭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지금처럼 배우고 깨달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렇게 배우고 깨달으니, 그만큼 행복하고 며느리에게도 더 잘해주게 된다.
 
박요섭 교수님은 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 조화, 나눔, 배려, 사랑의 중요성을 쉼 없이 깨우쳐 주신다. 이런 배움과 깨달음으로 복된 나날을 꽃피워가는 나는 참으로 복 받은 인생이다.
 
내 막내딸은 성암여중․고를 졸업하고 미도파백화점에서 근무하다가 결혼을 해서 1남 1녀를 두었다. 큰 손녀는 경기대학교 4학년이고, 아들은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군 복무를 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내 삶의 결실이 아닌가? 나는 지금 두 번째 청춘을 살고 있다. 이 행복을 더욱더 아름답게 승화하며 가장 빛나는 하루하루를 살려고 한다. 나이에 눌리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없이 복 되고 아름다운 오늘 하루를 영원한 현재로 누릴 뿐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청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미래라는 욕망에 이끌려가는 제자들을 향해 구원을 부르짖는다. 바로 영원한 현재인, 오늘에 충실함으로써 가장 진실하고 아름다운 내일을 맞이하라고, 그것이 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우리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인문학반을 지도하시는 박요섭 교수님도, 우리의 키팅 선생님이고, 이 시대의 키팅 선생님이 아닌가. 인문학반 동우 여러분, 우리 모두 두 번째 청춘을 영원한 현재로 멋지게 꽃피웁시다.

김기원 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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