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0(월)

불충분한 정보와 아집이 빚어낸 확신으로 맞본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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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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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투데이] 분당에 사는 처제가 전곡항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처제 내외와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전곡항에서 만난다. 활어를 사면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요리해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오곤 한다.

 

횟집 2층 창가에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였다. 그러나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얼마 전 ‘봉담-송산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는 보도가 있어서 진입로를 미리 찾아보았다. 이 도로를 이용하면 봉담에서 송산까지 30분이면 될 것 같았다. 20분이나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mage01.png


이 도로를 이용할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다. 진입로로 들어서니 새로 닦은 도로라서 깨끗했고 표지판도 산뜻해서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아뿔싸! 며칠 전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했는데도 아직 이 도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5분 정도를 달리니 ‘마도’라는 출구 표지판이 보였다. ‘마도’에서도 구 도로로 연결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갈까 말까 잠시 갈등을 했다. 아내는 “여기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나는 이 도로가 ‘봉담-송산 고속도로’이니 좀 더 가면 ‘송산’ 출구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100미터도 달리지 못해 내비게이션에서는 유턴하라는 표시가 나왔다. 헷갈리는 상황에서 달리다가 표지판을 보니 조암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는 모르지만 조암 톨게이트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도착시간이 30분 후로 조정되어 나왔다.

 

자기 말을 안 들었다고 투덜거리는 아내에게 처제에게 전화해 30분쯤 늦겠다고 전하라고 부탁했다. 이 말을 건네면서도 괜한 아집을 부렸나 싶어서 얼굴이 좀 화끈거렸다. 조암에서 통행료 3천5백 원을 내고 나가서 다시 진입하여 마도에서 구 도로와 만나 한참 만에 전곡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침 토요일인지라 그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들어차 주차할 곳이 없었다. 밀려드는 차들은 주차할 곳을 찾느라고 사방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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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헤매다 겨우 주차를 하고 처제 내외와 전화해서 만났지만 식당은 만원이었다. 하는 수 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토요일에 만나지 말자고 하며 가지고 간 간식만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수산물센터에서 매운탕거리만 사서 헤어지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아는 길인 구 도로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올 때 실수했던 나는 갈 때는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지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곤 또 ‘봉담-송산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얼마지 않아 평택-시흥 갈림길이 나왔다. 자신이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시흥 방향으로 선택을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잘못 들어선 것 같았다. 그러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40킬로미터를 달린 후에야 ‘안산’ 출구로 나갈 수 있었다.

 

“아! 내가 오늘 왜 이러지?” 아내는 또 자기 말을 안 듣더니 이렇게 됐다고 언짢아했다. 아내는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할 말이 없었기에 그 후로는 침묵이 흘렀다.


‘안산’에서 빠져나온 후에 50분을 더 달려서 집에 도착하니 피로가 몰려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라는 줄리언 반스(Julian Patrick Barnes)가 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한 구절이 머리를 스치고 지났다.

 

그렇다.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감(感)을 믿었던 내가 잘못이었다. 오늘 나는 불충분한 정보와 아집이 빚어낸 확신으로 초래한 오류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우리 시니어들은 젊은이들보다 정보력이나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비게이션 같은 필수적 기기들은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등 더 철저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짐작이나 예감을 확신하려는 아집에서 벗어나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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