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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배달된 생일 케이크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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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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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투데이] 며칠 전 아내에게 배달된 생일 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며 행복에 젖었다. 그런데 이 케이크가 배달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과 거기에서 얻은 교훈을 말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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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8시도 안 된 이른 아침에 어디선가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010-xxx-xxxx번인가요? 네 맞는데 누구세요? 택배가 우리 집으로 잘못 배달되었는데 수신인으로 이 전화번호가 쓰여 있어서요.”

 

“거기가 어디신데요? ○○○동 1204호인데요. 그럼 요셉씨 아니세요? 아 대모님이시구나.”

 

우리가 전에 살던 같은 단지의 아파트를 사서 사는 사람들이 세례를 받게 되었다고 우리 부부에게 대부, 대모를 서달라고 부탁해서 그 인연으로 가깝게 지내는 대자네 집에서 온 전화였다.

 

택배 물건을 가지고 내려와 그 집 아파트 1층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아내가 외출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팔에 힘이 없어 조금만 무거워도 물건을 들지 못하는 아내여서 내가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조금 전 창밖에 비가 심하게 내리는 것을 보았기에 자동차 키를 가지고 주차장에 내려가 보니 비는 그친 상태였다. 하지만, 무거운 물건일 수도 있고 차로 가는 것이 빠를 것 같아 그대로 차에 올랐다.

 

그 집 동 앞에 도착해서 아무리 찾아봐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안 내려왔나? 대자 집에 전화를 해 보았으나 안 받는다. 휴대폰으로 해도 안 받는다.

 

마침 누군가 들어가느라고 1층 문이 열리기에 얼른 따라 들어가 1204호로 올라가서 벨을 눌렀으나 응답이 없다. 황당한 생각이 들어 다시 내려와 잘 못 왔나 살펴보아도 우리가 전에 살던 동이 틀림없다.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를 요즘 흔히 ‘멘붕’이라고 하던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곰곰 생각해보니 물건을 가지고 내려와 기다리다가 도중에 만나면 주려고 우리 집 쪽으로 천천히 걸어서 갔는지도 모른다. 걸어서 가면 차를 타고 온 나와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우리 집 쪽으로 왔다. 그러나 보이질 않는다.

 

다시 차를 돌려 그 집 앞으로 갔으나 아무도 없다. 하도 이상하여 다시 대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다행히 받았다.

 

내려와서 한 얘기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대녀가 아침에 미사를 가려고 문을 열었더니 모르는 택배가 와 있어서 대자에게 안에다 들여놓으라고 하고 성당에 갔다.

 

잘못 배달된 상자를 보니 냉장 보관 하라고 쓰여 있어서 빨리 전해주어야 하는데 자세히 보았더니 수신인 전화번호가 쓰여 있어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내려와 기다려도 안 오셔서 도중에 만나서 드리려고 우리 집 쪽으로 가다 보니 만나지도 못한 것이다. 우리 동에 도착했는데 휴대폰을 깜박 잊고 나와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휴대폰을 가지러 자기 집으로 막 올라갔던 참이라고 했다.

 

아내와 나의 생일은 공교롭게도 일주일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해마다 아이들이 나의 생일에 아내의 생일과 겸해서 기념하곤 한다. 이렇다 보니 엄마 생일에는 늘 케이크가 없이 지내게 된다고 딸이 케이크를 사 보낸 것이다.

 

딸이 주문할 때 수첩에 지우지 않고 있던 옛날 집 주소로 보낸 것이 소동의 원인이었다. 이렇게 그날 아침 한바탕 소동을 피우기는 했지만, 아내와 웃으면서 딸이 보낸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시니어 여러분, 문밖에 나갈 때는 가능하면 휴대폰을 가지고 나갑시다. 요즘은 휴대폰은 잠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명심합시다.

 

잠시의 실수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적 흐름을 거부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수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하루라도 더 산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모범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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