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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서 꽃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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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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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투데이] 흐르는 세월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코로나19’의 기세도 봄이 오는 길목을 막을 수는 없다. 세월의 흐름은 진리의 불변을 암시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기쁨도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남녘에서부터 들려왔던 꽃 소식이 이젠 전국에서 한창이라고 바뀌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봄도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느라고 바쁘다. 땅 위에 있는 모든 동·식물도 제 할 일에 충실한 모습이다.

 

철을 따라 제 할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사람도 이 진리에 순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호흡할 때 보람과 행복을 누리게 된다.

 

앙상하던 나뭇가지들이 잎을 내밀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산수유, 목련은 벌써 한창이고 매화, 벚꽃이 앞다투어 피고 있다. 모두 추운 겨울이라는 시련을 이기고 철을 따라 깨어나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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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우리는 요즘, 산으로, 들로, 강변으로, 해변으로 가볍게 나섰던 꽃구경이 아무 때나 마음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 사이도 이렇게 됐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만나지 말라고 한다. 만나더라도 악수도 하지 말고, 마스크를 쓴 채로 대화하라는 것이다. 이럴 때 전화로라도 즐겁게 대화도 하고, 서로 격려하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 어렵고 답답한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요즘 나는 꽃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는 겨우내 동백꽃이 피었다가 지금은 다 시들었다. 그 옆에 있던 철쭉꽃은 1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반은 졌지만, 지금까지 피어 있다. 그러니까 겨우내 집에서 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설날 하루 전에 우리 가족은 서울식물원에 갔었다. 많은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봉지에 싸여있는 튤립 뿌리를 보았다. 우리는 그 뿌리를 샀다.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설날 우리는 집에서 카드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들네가 돌아갈 때 튤립 뿌리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얼마가 지났다. 우리 집 화분에 심은 것은 추운 베란다에 두었더니 늦게 자랐고 손녀는 따뜻한 곳에다 화분을 두었기에 꽃이 빨리 피었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지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 집 서늘한 베란다에 둔 튤립은 이제야 두 송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빨간 색깔을 띠고 부끄러운 듯 살며시 솟아오르려는 꽃망울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철쭉 화분 옆에서 파도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파는 사람들에게 꽃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저 식자재로만 여겨진다. 그런 파인데 여기에서 함께 조화를 이루니 하얀 꽃망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파가 피운 꽃처럼 때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것에서 인정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꽃들을 보고 있노라니,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기쁘다. 나는 꽃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대화도 해보았다. 꽃을 피우려면, 차가운 계절 또는 어두운 땅속이라는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굳이 시기를 따질 필요도 없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고, 늦게 피는 꽃은 늦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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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앞서서 피는 인생도 있지만, 뒤늦게 피는 인생도 있다. 꽃을 피우는 시기도 천차만별이거니와 심지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는 인생도 많다. 어떤 사람은 꽃은 화려해도 열매가 없는가 하면, 엉뚱한 열매, 못된 열매로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슨 꽃이냐, 언제 피느냐보다, 제대로 피어서, 충실한 역할로 주변을 환하게 하며 향기를 퍼뜨리고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한 능동적이고 신속한 대처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미국도 진단키트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선별진료시스템도 모범이 되고 있다. 사재기도 없고, 봉사와 나눔의 물결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감동하게 하고 있다.

 

6·25동란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가 뒤늦게 꽃을 피워 아름다운 향기를 퍼뜨리며, 알찬 결실을 거두는 모습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이 시기가 지나가면 대한민국은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한 만큼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나눔과 봉사 그리고 사랑의 꽃을 피워 수많은 행복의 결실을 민들레 홀씨처럼 이웃으로, 다른 나라로 날려 보냅시다. 그리고 그 홀씨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모두 친구가 되어 손에 손을 잡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날을 기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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